서부지법 사태가 지령이라고?
‘서울경찰청 안보수사1과는 특수건조물침입 교사 등 혐의로 사랑제일교회와 전광훈 목사,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 등 7명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해 오후 6시36분께 종료했다고 밝혔다. 전 목사 등은 광화문 집회 등에서 참석자들을 선동해 서부지법 난동 사태를 유발한 것으로 의심받는다.’
지금 특검은, 미쳤다. 사상 초유의 전 대통령 부부 동시구속에 이어 국민의힘 당원명부까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시키는 걸 보면, 그들의 목적은 단순한 범죄수사가 아닌, 보수궤멸인 모양이다.
지난 정부 내내 민주당은 ‘먼지털이 수사를 한다’ ‘피의사실을 공표한다’며 검사를 욕했지만, 총 120명의 검사가 파견된 이번 정부의 3대 특검은 그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는다. 심지어 구치소에 갇힌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집행한답시고 의자째로 차에 실으려는 만행까지 저질렀는데, 지난 정권 때 이런 일이 시도됐었다면 민주당은 물론이고 전국의 좌파들이 총 궐기해 정권타도 투쟁에 돌입했을 것 같다.
특검의 패악질에 자신감을 얻어서일까. 경찰 역시 온갖 해괴한 논리로 보수를 옥죈다. "전광훈 목사의 국민저항권 발언이 서울서부지법 폭동 가담자들의 핵심 범행 동기였다" "전씨 발언에 동화돼 법원 침입 범죄가 정당한 저항권 행위라고 인식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전 목사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이건 너무도 억지스럽다.
지난 1월 19일 새벽 일어난 서부지법 사태는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 수십 명이 법원에 난입해 소요를 일으킨 사건. 그들이 분노했던 이유는 윤통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가 공정한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이번 기회에 자신들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려던 공수처가 좌파스러운 판사들이 소속된 서부지법과 짜고 구속영장을 발부한 게 아니냐는 것.
실제로 공수처는 원래 관할법원인 중앙지검에 윤통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기각당한 뒤 서부지법에 영장을 재신청해 뜻을 이룬 바 있다. 구속영장마저 서부지법에 신청해 결국 대통령을 구속시켰으니, 한창 나이의 시위대에겐 이게 부당한 커넥션으로 인식될 수 있다.
일전에 ‘야당 대표라서 구속을 안 시킨다’고 했던 유창훈 판사님의 판례에 비추어 봐도 형평성에 문제가 있어 보이고, 구속사유도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음’ 15자에 불과해, 시위대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으리라.
물론 이 모든 상황을 참작한다 해도 신성한 서부지법에 난입한 건 그 자체로 잘못된 행위다. 올해 1월 대통령실에 난입하려다 체포된 대학생진보연합 회원 10명에 대해 구속영장이 기각됐고,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공직선거법 사건을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에 항의해 법원 진입을 시도했던 대진연 회원 4명에 대해서도 중앙지법이 영장을 기각했다. 반면, 서부지법에 난입한 이들은 거의 전부가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만 봐도 대한민국에서 서부지법의 존엄성은 가히 독보적이다.
이걸 몰랐다면 그 자체로 문제이고, 알고도 했다면 더 큰 문제. 사태 가담자 63명 중 46명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이런 중형을 받는 와중에도 ‘전 목사가 지시해서 서부지법에 들어갔다’고 진술한 사람이 나오지 않는 걸 보면, 이게 전 목사 지시라는 경찰의 논리가 너무 빈약하지 않은가?
경찰은 ‘국민저항권’이란 말이 서부지법에 난입하라는 지령이었다고 말하지만, 국민저항권은 헌법에도 나와있는 국민의 권리다. 국내 최고의 법 기술자 조국님도 "우리 헌법 전문에는 국민의 저항권을 못 박아 놓았다"고 한 바 있고, 민주당 분들도 국민저항권을 전가의 보도처럼 써먹었다. "윤석열 정권이 무리하게 이렇게 우리 대한민국의 역사를 무시하고 일본의 이런 침략 행위 불인정, 침략 행위, 회피 행위를 승인하는 그런 외교적인 일을 한다면, 저는 국민적 저항권이 발동될 거라고 본다." (2023년 3월, 김종민 당시 민주당 의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국민은 저항권으로 맞설 것"(2023년 4월, 정청래). 현 총리인 김민석은 작년 10월 최고위원회에서 "정권이 호스피스 단계에 들어갔다. 시민 불복종 운동이 시작될 것"이라고 한 바 있는데, 이런 것들도 다 폭력시위 교사인가?
5·18을 최대 기념일로 여기는 민주당이 국민저항권이 매도당하는 작금의 현실에 눈을 감는 모습, 그래서 말한다. 아예 헌법에서 국민저항권을 없애자. 애꿎은 젊은이들이 전과자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