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참배 거부는 곧 독립운동"…미발굴 독립운동가 재조명 필요성 제기
광복 80주년을 맞아 경남 기독교계가 신사참배 거부운동의 역사적·신앙적 가치를 재조명하며 이를 독립운동으로 공식 인정받기 위한 범교단적 움직임에 나섰다. 특히 그동안 역사적 평가에서 배제됐던 미발굴 기독 독립운동가 50~100여 명의 재조사와 서훈 추진이 본격적인 과제로 떠올랐다.
고신포럼(대표 김경헌 목사)은 오는 21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회 회의실에서 ‘신사참배 거부운동 재조명 제4회 국회 학술세미나’를 개최한다. 이번 세미나는 전국 대학 가운데 유일하게 독립운동사연구소를 운영하며 미서훈 독립운동가 발굴과 국가보훈부 서훈 신청 사업을 이어온 인천대학교 독립운동사연구소(소장 이태룡 교수)와 공동 주최한다.
주제 발표는 최덕성 브니엘신학교 총장과 오일환 보훈교육연구소 전 원장이 맡아 한국교회와 신사참배 거부운동의 의의, 신사참배 거부운동은 왜 독립운동인가에 대해 발제한다. 더불어 신사참배 거부운동이 단순한 종교적 저항이 아니라 일본 제국주의의 황국신민화 정책과 정신적 식민지화에 맞선 민족정신 수호운동이었음을 강조한다. 또한 김정일 숭실대 기독교육학 교수, 오지원 한국침례교회연구소 소장, 전정희 종로문화원 전문위원, 최기찬 국가보훈부 공훈심사과장, 최수경 모닝포커스 대표가 토론에 참여한다.
일제 치하 그들에 항거한 우리 민족의 독립운동은 직접 총을 들고 싸운 무장독립과 우리 말 우리 글을 지키려는 조선어학회사건, 신앙으로 일제의 황민화정책에 항거한 신사참배 거부 운동을 3대 항일저항운동으로 평가한다. 무엇보다 신사참배 거부운동은 신앙운동이자 민족정신을 지키려는 기독교의 마지막 믿음의 저항운동이었다. 일제는 이들을 민족주의자로 규정해 여느 독립운동가들에게 씌웠던 치안유지법 위반과 보안법위반죄, 천황불경죄까지 적용해 5~6년의 장기 수감과 혹독한 고문을 가했다.
경남지역의 기독교인들이 주축이 된 이 운동의 중심에는 고신교단 설립자인 한상동 목사가 있었으며, 정덕생, 손명복, 방계성, 이현속, 이인제, 최덕지 등 많은 인사들이 투옥과 순교를 당했다. 그러나 광복 8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들은 주기철·손양원 목사처럼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지 못했고 오히려 한상동 목사는 교회 분리주의자로 폄하되는 현실에 놓여 있다.
최수경 모닝포커스 대표는 "신사참배 거부운동을 독립운동으로 인정하는 데 여러 장애물이 있었고 공론화하는 데 소극적이었다"고 지적하며 "감옥 안에서 고초를 겪은 사람만이 아니라 밖에서 장기간 옥바라지를 하며 항일 신앙운동을 지원한 이들도 독립운동가로 재평가돼야 한다. 이제라도 역사적 빚을 갚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잊혀졌던 신앙인들의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것은 단순한 과거 정리가 아니라 오늘의 교회와 다음 세대에 신앙과 민족정신의 유산을 물려주는 일"이라며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보다 폭넓은 범국민운동이 일어나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김영일 목사는 "신사참배 반대운동은 단순한 종교적 거부를 넘어 일본 제국주의의 정신적 사상 강요를 거부하고 우리 민족의 정신과 정체성을 지키는 행위였다"면서 "이는 곧 일본에 복종할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으며 민족을 새롭게 세우는 방향에서 독립운동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신사참배 반대운동을 했던 기독교인들은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이들의 항거가 독립운동으로 재평가돼 독립유공자로 더 많이 추서·인정된다면 역사와 교계 모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세미나는 한상동 목사가 한글학자 김두봉과 초대 국회부의장 김약수(본명 김두전)의 조카사위였던 인연으로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헌정회의 후원 속에 열린다. 정재호, 이영일, 김형오, 이주영, 이혜훈 등 기독 헌정회원들이 주관으로 참여하며, 이학영 국회부의장을 비롯해 현역 의원들이 동참해 향후 서훈 추진 전망을 한층 밝게 한다.
그동안 세 차례의 국회 학술세미나 성과로 평양감옥에서 순교한 이현속 전도사가 과거사진상위원회의 ‘신앙저항운동이자 독립운동’이라는 결론에도 10년간 서훈이 지연되다 2024년 3·1절에 서훈을 받는 성과가 있었다. 이와 함께 한상동 목사의 사모 김차숙의 인척이자 국내 유일의 무장여성독립운동가 박차정의 오빠인 박문희 전도사도 2018년 11월 보훈 선양의 날에 독립운동가 애족장 서훈을 받았다.
이외에도 일본 국회에서 ‘신사참배는 죄악’이라 외쳤던 안이숙 사모(함께 투옥된 박관준 장로는 애국장 수훈), 한부선 선교사 등 옥고를 치른 미발굴 독립운동가는 50~1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인천대 독립운동사연구소와 고신포럼은 연구비 지원을 통해 범교계적 차원의 발굴·조사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상선 목사는 "학술자료와 공적 기록이 충분히 확보되면 서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이제는 교단과 교파, 지역을 넘어 한국교회 전체가 힘을 모아 서훈 추진과 역사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