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AMD ‘대중국 칩 판매수익 15% 美정부 양도’는 명백한 위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와 AMD에 인공지능(AI) 전용칩 중국 수출을 허가하는 대신 판매 수익 15%를 회수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어서 해당 업체가 소송을 제기하면 미국 정부가 100% 패소할 것이라고 미국의 경제 포털 ‘야후 파이낸스’가 1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전일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와 AMD가 중국 수출을 재개하는 대신 수익금의 15%를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어디에 쓸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대통령이나 의회 모두 수출품에 세금을 부과할 권한이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수출 조항으로 알려진 미국 헌법 제1조 9항은 "어떤 주에서도 수출되는 물품에 세금이나 관세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워싱턴 소재 컨설팅업체 브런즈윅 그룹의 수석 고문인 크리스토퍼 파딜라 전 미 상무부 차관은 엔비디아와 AMD의 판매수익 15%에 대한 미 정부 이전 계약에 대해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수출 통제는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한 것이지 정부 수입을 늘리려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냉전 이후 미 정부의 수출 통제 조치가 사용된 80년 동안 국가안보를 위해 통제하는 품목을 수출하려고 정부에 라이선스(허가) 비용을 지불한 사례는 없다"고 비판했다. 국제 무역 변호사 더글러스 제이콥슨은 "트럼프 대통령이 15%의 이익을 환수하겠다고 말한 것은 수출에 대한 사실상의 세금"이라며 "헌법은 수출품에 대해 어떤 세금도 부과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판례도 있다. 1998년 미국 고등법원은 수출품에 부과하는 어떤 형태의 요금 부과도 금지했다. 당시 클린턴 행정부는 항구 유지 보수 명목으로 수출품에 0.125%의 세금을 부과했다. 당시 정부는 세금이 아니라 항구 사용료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등법원은 사용료가 사실상의 세금에 해당한다며 위헌 판결을 내렸다. 엔비디아와 AMD가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익의 15%만 정부에 내면 대중 수출을 재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H20 수출 통제로 엔비디아는 55억달러(약 7조650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엔비디아로선 H20에 대한 판매수익 15%의 미 정부 이전 요구를 수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다른 단체가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야후 파이낸스는 엔비디아 및 AMD의 주주들이 집단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정부가 대중 이익금 15%를 떼어가 회사 마진이 줄 수밖에 없고, 이는 주주 이익에 정면으로 반하기 때문이다. 제이콥슨은 "주주들이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집단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고, 소송을 한다면 100% 승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2일 트럼프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최고경영자)와 협상해 판매수익 15%의 미 연방정부 이전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황 CEO에게 H20은 구식이지만 여전히 시장성이 있으며, 중국 판매를 허용하려면 판매수익 20%가 필요하다고 했다가 15%로 내려 협상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H20과 유사한 AI용 하위 버전에 대해서도 중국과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았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SCMP는 AMD도 엔비디아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MI308 칩의 대중 판매수익 15% 이전 협상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도 그와 관련해 AMD가 논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