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스타트업 출신 억만장자 급증...대규모 투자 영향"

미국 내 AI 유니콘 498곳...AI 산업으로 돈방석

2025-08-11     문은주 기자
스케일 AI의 공동 설립자인 중국계 미국인 알렉산더 왕이 2023년 5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왕은 AI 산업이 부흥하는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젊은 자수성가형 억만장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AP=연합

급성장하고 있는 인공지능(AI) 산업에 대규모 자본이 쏠리면서 수십명의 새로운 억만장자가 탄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10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현재 AI 분야 유니콘(10억 달러 이상의 기업 가치를 평가 받는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은 498곳으로, 이들 기업의 총 가치는 2조 7000억 달러(약 3748조 68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액의 투자 유치로 막대한 신규 자금을 확보하면서 기업 가치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고, AI 엔지니어에 대한 막대한 보상 등이 관계자들의 부 축적을 견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기존 AI 기업에 몸담다가 독립해서 새로운 AI 기업을 설립하는 경우에도 이런 분위기가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는 기업 가치가 1억 달러 이상인 AI 스타트업만 1300개가 넘고, 신규 AI 유니콘 가운데 100곳은 2023년 이후에 설립됐다고 밝혔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수석 연구원인 앤드류 맥아피는 "100년이 넘는 데이터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처럼 크고 빠른 속도로 부가 창출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라며 "전례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새로운 억만장자로 떠오른 기업인 중 상당수가 미국인, 또는 중국계 미국인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올해 28세인 중국계 미국인 알렉산더 왕에게는 ‘세계에서 가장 젊은 자수성가형 억만장자’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대표적인 유니콘인 스케일 AI의 공동 설립자로서, 메타에서 143억 달러를 투자받은 뒤 메타 AI 팀에 합류하는 과정에서 창출한 자산만 3억 5000만 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왕과 함께 스케일 AI를 공동 창업한 중국계 미국인 루시 구오도 보유하고 있는 스케일 AI의 지분 덕에 보유 자산이 최소 1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으로 AI 기술 분야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던 미국인 최고경영자(CEO) 마이클 인스트레터는 AI 클라우드 스타트업 ‘코어위브’가 상장 이후 주목받으면서 일주일 새 자산이 두 배로 늘어 1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그 외 또 다른 AI 스타트업 ‘안트로픽’의 이탈리아계 미국인 CEO 다리오 아모데이도 억만장자가 됐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안트로픽의 기업 가치가 지난 몇 달 간 1700억 달러로 늘어난 덕분이다. 오픈 AI의 최고기술관리자(CTO) 출신인 미라 무라티는 알바니아계 캐나다인으로, 지난 2월 설립한 ‘싱킹 머신 랩’의 기업 가치가 120억 달러로 치솟으며 억만장자 대열에 들어섰다.

한편 급성장하는 AI 스타트업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다수 포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샌프란시스코만 지역(실리콘 밸리)의 억만장자가 82명으로 뉴욕(66명)보다 많은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또 이 지역 백만장자는 지난 10년간 두 배로 늘어난 반면 뉴욕의 백만장자는 45%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MIT 디지털경제 이니셔티브 공동 소장이기도 한 맥아피는 "AI 열풍이 지리적으로 (한곳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 놀랍다"며 "(닷컴 버블 이후) 25년 동안 사람들이 ‘실리콘 밸리의 종말’이라고 하고, 또 다른 곳을 ‘새로운 실리콘 밸리’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하지만 실리콘 밸리는 여전히 실리콘 밸리다"라고 지적했다.

AI 산업의 확장 속에 새로운 억만장자가 된 사람들. 왼쪽부터 스케일 AI의 공동 설립자인 루시 구오, 안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 코어위브의 마이클 인스트레터 CEO. / 링크드인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