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비리' 조국도 '후원금 횡령' 윤미향도 사면
■ 李대통령 '광복절 특사' 파장 최강욱·윤건영·백원우·김은경·조희연 등 여권 대거 올라 역대 첫 사면 관행 깨고 정치인 대거 포함 '대선 청구서' 최신원·장충기 등 경제인과 정찬민 등 야권 인사도 일부 국힘 "파렴치범에 면죄부...광복절날 순국선열 모독"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취임 후 첫 사면에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부부와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권 인사를 대거 포함한 8·15 특별사면안을 의결했다. 야권 인사와 재계 인사도 일부 사면했지만, 역대 첫 사면 관행과 달리 정치인 비중이 높아 ‘대선 청구서’ 논란이 일었다. 정치권은 "국민 공감대 없는 정치사면"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광복절 특별사면·복권안을 의결했다. 이번 사면 대상에는 자녀 입시비리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징역 2년이 확정된 조 전 대표와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위안부 피해자 후원금 횡령으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윤 전 의원 등이 포함됐다.
또 최강욱 전 의원, 전교조 해직교사 부당채용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조희연 전 교육감, 친문계 윤건영 민주당 의원·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 등도 명단에 올랐다. 이들에 대한 사면 요구는 여권 내부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조 전 대표의 사면 여부를 놓고는 정치권 안팎에서 찬반 논란이 이어져 왔다.
야권 인사로는 정찬민 전 국민의힘 의원, 홍문종·심학봉 전 새누리당 의원 등이 사면됐다. 이들 세 명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4일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텔레그램으로 전달한 ‘특사 요청 명단’에 포함돼 여야의 ‘사면 거래’ 논란이 재점화될 수 있다.
경제인 사면도 이뤄졌다.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이 사면·복권됐으며,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됐던 최지성·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간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이 복권됐다.
법무부는 "국민 통합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고 극심한 분열과 갈등을 넘어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여야 정치인과 주요 경제인을 대폭 사면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치권과 학계 반응은 냉랭하다.
실제 사면 관련 논란이 일면서 이 대통령 지지율도 취임 후 최저치로 하락했다. 리얼리터가 지난 4~8일 성인 25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56.5%로 전주 대비 6.8% 하락했고, 부정 평가는 6.8%p 오른 38.2%를 기록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치학계와 법조계는 이번 사면이 역대 첫 사면 관행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한다. 과거 대통령 첫 사면은 대체로 서민층, 생계형 범죄자, 중소기업인 등을 중심으로 한 ‘사회사면’ 위주로 이뤄졌고, 정치인·경제인 등 권력층은 예외적으로 포함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번처럼 취임 직후 정치인을 대거 포함한 사례는 이례적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첫 사면에서 진영 중심의 인사를 포함하면 정치 보복 논란과 국론 분열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야권도 강하게 반발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같은 날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파렴치범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국론 분열의 씨앗이 되는 사면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순국선열을 모독하는 것"이라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그는 조 전 대표를 "입시비리·감찰무마로 청년들에게 박탈감을 준 권력형 범죄자"로, 윤 전 의원을 "위안부 피해자 후원금을 횡령한 파렴치범"으로 규정하며 "두 사람 모두 반성은커녕 국민을 조롱하고 사법부를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도 페이스북에서 "친명무죄 집착 아래 벌어진 ‘조국 사면 대잔치’"라며 "국민 분노를 얕잡아보면 그 업보는 반드시 돌아온다"고 경고했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입시비리 사안은 공정성과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린 중대 사안이며, 사과나 책임 인정도 없는 상황에서 사면은 국민적 공감대가 낮다"며 "여권 일부 인사들도 반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면이 지지층 결집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중도층 이탈과 정권 신뢰 하락을 가속화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