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 정곡을 찌른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
세상 일이란 자신이 아는 만큼 보게 된다. 주한미군 역할 변화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주한미군은 한반도 및 동북아 안보의 중심축이다. 만약 주한미군 역할 변화를 둘러싼 논란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면 우리 사회에 엄청난 소용돌이를 몰고 올 수 있다. 만약 종북 좌파의 주장대로 ‘군사주권 환수·주한미군 철수’ 식으로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우리 사회는 큰 위험에 빠진다.
지난 8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이 첫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미 육군 대장인 브런슨 사령관은 한미연합사 사령관·유엔군 사령관·주한미군 선임장교를 겸직한다. 그의 역할이 한반도 안보에 얼마나 중요한지 짐작할 수 있다. 브런스 사령관이 기자간담회를 열게 된 배경도 주한미군 역할 변화의 사후 파장을 고려한 선제적 조치가 아닌가 싶다.
이날 브런슨 사령관은 한미동맹 현대화와 주한미군 역할 조정 문제와 관련해 "숫자가 아니라 역량(capabilities)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한미 간에 그런 결정들이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한미동맹 현대화’는 이미 내려진 전략적 결정이며, 이에 따라 주한미군의 역할이 조정될 것이라는 취지다.
한미동맹 현대화의 구체적인 그림은 나오지 않았다. 아마도 이달 말 한미정상회담 전후 워싱턴에서 대강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이는데, 이날 브런슨 사령관의 언급 중 우리가 먼저 집중할 대목이 있다.
그는 "도쿄-서울-마닐라를 연결하는 삼각형을 그리면 세계 무역의 52%가 이 지역을 통과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삼각형의 연결성을 보지 못하고) 각국에 어떤 일이 고립적으로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매우 위험한 인식"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 남동중국해·대한해협 동수로·서해가 동일한 지정학적 운명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는 이야기다. 브런슨 사령관의 언급은 아닌 말로 우리에게 ‘뼈 때리는’ 지적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한반도가 처한 객관적인 지정학적 인식부터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주한미군 역할 변화와 관련해 우리는 첫째, 강력한 대북 억지(deterrence), 둘째, 한미동맹 현대화 과정에서 해·공군의 대외 작전 능력을 충분히 높여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