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외교마저 주가조작 혐의 둔 특검

2025-08-10     서민 단국대 교수·기생충학 박사
서민

김건희 특검팀이 삼부토건 대표 등을 구속기소했다. 혐의는 주가조작,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참여하는 것처럼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해 주가를 띄운 뒤 369억의 부당이득을 얻었다는 내용이다.

이걸 왜 김건희 특검팀이 다루는 걸까? 2023년 7월 있었던 윤 대통령 부부의 우크라이나 순방이 삼부토건 경영진이 부당이득을 실현하게 된 결정적 계기인데, 순방 일정을 바꾸면서 우크라이나에 가는 과정에 김건희 여사의 입김이 있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조국혁신당은 우크라니아가 여행금지 구역인데 외교부장관의 허가를 받지 않고 불법입국했다며 윤 부부를 고발하기까지 했다.

뉴스를 보고 있자니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침략에서 비롯된 비인도적인 것, 당시 자유진영에 속한 국가들은 모두 러시아를 규탄하고 우크라이나에 지지를 보냈다. 윤 전 대통령보다 먼저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정상급 인사들만 해도 폴란드·체코·슬로베니아 총리 (2022년 3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8월), 블링컨 미 국무장관 (9월),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2022년 10월), 수낵 영국 신임총리 (11월), 바이든 미국 대통령(2023년 2월), 나토 사무총장 (4월) 등등이고, 일본 총리인 기시다도 2023년 3월에 우크라이나에 갔다.

이들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을 했고, 나라 사정에 따라 무기와 돈·의료 등을 지원하기로 약속한다. 자유진영의 일원이자, 6·25 당시 미국과 다른 유엔 국가들의 도움을 받아 민주주의를 지켰던 대한민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순방일정이 바뀐 것도, 대통령실이 우크라이나 방문 계획을 부인했던 건 안보상의 이유일 터, 이는 나토 사무총장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일정은 보안을 이유로 사전에 공개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에서 대통령은 젤렌스키와 회담 후 지지와 연대를 표하고, 전후 재건에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미 국무부 대변인이 "윤 대통령의 지지 표명을 환영한다"는 성명을 낸 바 있으니, 체면치레는 한 셈이다. 덕분에 재건 관련 기업의 주가가 오른 것은 맞지만,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의 규모가 우리 돈으로 100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됐으니, 이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이게 꼭 우크라이나 방문과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방문 닷새 전인 7월 10일,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재건에 필요한 다각적 지원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했던 날의 기사를 보자. "삼부토건이 20% 넘게 오른 것을 비롯해 HD 현대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 등 재건 사업에 필요한 건설, 기계 관련주들이 많이 올랐다." 우크라이나 방문 이후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나왔다. "삼부토건은 전 거래일 대비 665원(17.01%) 오른 4575원에 거래되고 있다. 디와이디와 에스와이 역시 가각 23.84%, 7.75% 강세다."

이름도 잘 들어보지 못한 삼부토건이 재건 수혜기업으로 각광받은 것에 의문을 품을 수는 있지만, 이건 특검팀이 말한 대로 삼부토건이 보도자료로 사기를 쳤기 때문이다. 그해 5월 폴란드의 재건 포럼에 참석하면서 삼부토건은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와 재건 관련 양해각서 (MOU)를 체결했다’는 내용을 보도자료로 냈는데, 이게 거짓말이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삼부토건이 영 부실한 기업도 아니어서, "75년의 토목시공 경험을 토대로 항만·댐·도로·지하철·발전소 등에서 기술적 노하우와 시공실적을 보유"한, 도급순위 70위권 기업이란다. 이런 이들이 대놓고 사기를 치니 사람들이 속은 것인데, 이걸 가지고 대통령 부부에게 화살을 돌리는 건 너무 나간 것 아닐까? 만일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가면서 삼부토건을 데리고 갔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지 않은가?

백번 양보해 윤통의 우크라이나 방문이 주가조작이라면, 문재인 전 대통령도 주가조작 논란을 피해갈 수 없을 듯하다. 그가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했던 2018년 4월 27일, 코스피에서는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졌으니 말이다. "대호에이엘(19.71%), 에코마이스터(13.54%), 대아티아이(21.31%), 푸른기술(26.25%) 등 철도 시스템을 공급하는 회사의 주가가 일제히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로템 역시 9.13% 오른 2만1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북한에 굴종하면서 얻어낸 정상회담으로 국민들에게 환상을 심어주고, 관련기업 주가를 올린 것이야말로 악질적인 주가조작 아닌가? 이걸 놔두고 윤통의 우크라이나 방문만 조사하는 특검아, 제발 정신 차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