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由칼럼] ‘당 대포’ 정청래, 제2의 추미애 될까

2025-08-07     정기수 前 경향신문·시사저널 기자
정청래

정청래의 세상이다. 당 대표가 되자 사위가 일순 어두워지고 조용해졌다. 그의 자리와 목소리만 빛나고 우렁차다. 대통령 이재명도 일시 존재감이 없고 국무총리 김민석은 보이지 않는다.

그의 별명은 ‘당 대포’다. 막말꾼에 행동이 과격해서 대표가 되기도 전에 붙었다가 이제 한 획이 더 붙어 진짜 대표가 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박찬대를 압도적으로 꺾고 나니 조명발이 그에게로 급턴했다.

정청래 당 대표는 김어준이 만든 것이라는 것이 속설이다. 개딸들이 강성 감별로 그들의 홍위병 대장으로 찍고 김어준이 그 선택을 밀었다고 한다. 그 홍위병들의 기대와 요구가 정청래의 숙명이다.

"언론·사법·검찰 개혁 3대 입법을 폭풍처럼 몰아쳐서 전광석화처럼 이뤄내겠다." 정청래 대표의 제일성이다. 언론·사법·검찰을 개혁한다는 건 권력을 자기들 수중에 완전히 집어넣겠다는 뜻이다. 기고만장이다. 이러다 제2의 추미애가 될 수도 있다. 이춘석에 이어 법사위원장이 된 추미애를 국민의힘에서는 ‘보수의 어머니’라 부른다. 대통령 이재명이 그의 과속에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을까? 그가 미래 권력으로 자임한다면 문제는 더 간단치 않게 된다.

정청래 1호 법안이라는 방송 3법 개정안 통과가 시작됐다. 대한민국 주요 방송(민간 방송사 포함) 사장을 영원히,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좌파가 잡도록 한 것이다. 다음은 김어준도 대법관이 될 수 있다는 대법관 대폭 증원에 의한 사법부 누더기화와 검찰의 기소청 전락, 국가 중추 수사기관의 형해화다.

이 쑥대밭 작업을 추석 전에 완료한다는 게 정청래의 초기 스케줄이다. (이재명의)사법 리스크 완전 제거(퇴임 후까지)와 정권 재창출을 위한 고속도로 건설이다. 가까이는 내년 지방선거와 2028년 총선이다.

정청래는 막말에만 능한 사람이 아니다. "대가리가 빈 XX들이 거칠고 큰 소리로 주접을 잘 떤다"라고 통진당 비판 변호사 전원책에게 한 말만 생각하면 안 된다. 그는 말하길 좋아하고 말을 잘한다. 2016년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서 처음 2시간 동안 원고도 보지 않고 떠들었다. 의원들이 폭소를 터뜨릴 만큼 재미도 있다. 김대중의 상스럽고 서민적 버전이다.

"내 인생 사전에 이혼과 탈당은 없다"(9년 전 총선 컷오프 때)는 것이나 "식당에서 시킨 김치찌개를 빨리 달라고 한 게 청탁이냐"(추미애 아들 청탁 군부대 전화 변호)라고 한 말들을 우습게만 볼 수 없다. 그는 실제로 마포 지역구민들에게 인기가 많다. 마포구에서 막히는 지역 현안들이나 숙원 사업들이 정청래한테 가면 다 해결되어서 그런다.

정청래는 지역(충남 금산)도 대학(건국대 산업공학과)도 운동권(비주류)도 직업(보습학원 원장)도 마이너 출신이다. 미 대사관저 난입 당시 사제 폭탄을 투척했으나 이것이 불발돼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병역 면제를 위해 일부러 가짜 폭탄을 만들어 가서 시늉만 하다 집시법 위반 2년형을 받아 장차 정계 진출을 위한 훈장으로 삼았다는 비판은, 그로서는 좀 억울하다.

그래서 그는 안기부의 살인적 고문도 받은 ‘진짜 운동권’이라고 주장한다. "1988년 9월, 새벽 1시 서울 을지로 한 호텔로 끌려가, 수건으로 눈을 가린 채 속옷 차림으로 네 시간 동안 주먹질, 발길질로 고문 폭행을 당했다." 지난 3월 탄핵 관련 국회 측 최후 변론이다. 그는 12·3 계엄 당시 체포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

정청래는 이런 개인적 ‘원한’을 제1야당에 풀고 있다. 취임 후 야당 예방 대상에 국민의힘만 쏙 뺐다. 정당 해산을 당해야 싼 집단이라며 "악수도 사람하고 하는 것이지 그들을 사람이라 할 수 있겠느냐"는 막말도 퍼부었다. 천방지축 정청래 가는 길에 영광이 따를지 역풍이 호되게 불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