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 아직 끝나지 않았다...한국, 반도체 등 품목관세 촉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20일 취임 직후 고율의 관세정책을 숨 가쁘게 추진했다. 첫 타깃은 미국의 최대 경쟁 상대인 중국과 국경을 남북으로 맞댄 미국의 교역 규모 1·2위 국가 멕시코와 캐나다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국가가 펜타닐의 미국 유입을 막기 위해 충분한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25%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현지시간) 무역불균형 해소를 명분으로 57개 경제주체에 기본관세 10%에 국가별 관세를 얹어 상호관세라는 ‘폭탄’을 던졌다. 한국의 경우 사실상 무관세 혜택을 누리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하루아침에 백지화되면서 기본관세 10%에 15%의 국가별 관세가 더해진 25%의 상호관세율을 통보받았다. 또 그외 경제주체에 대해선 10%의 기본관세만 부과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을 "해방의 날"이라고 불렀지만, 세계 각국은 대혼돈에 휩싸였다.
7일 상호관세가 본격 시행된다. 그렇다고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아직 상호관세율 문제를 매듭짓지 못한 일부 국가들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가장 대표적인 대상은 글로벌 패권경쟁 상대인 중국이다. 미·중은 오는 11일 관세 휴전 시한 종료를 앞두고 지난달 28~29일 고위급 협상을 통해 추가로 90일간 관세휴전을 추진하기로 했으나, 아직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승인하지 않고 있다. 브라질·러시아·인도 등에 대해선 고율관세를 정치적·외교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탄압을 이유로 10% 상호관세에 40% 별도 관세를 부과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려 현재로선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50%의 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관세는 우크라이나전 종전을 압박하는 수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제시했던 휴전 시한을 ‘50일 이내’에서 ‘10일내 휴전’으로 단축해 오는 8일까지 전쟁을 끝내지 않으면 러시아는 물론 러시아와 거래하는 국가에 대해 2차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압박하고 있다. 25% 관세 부과를 통보한 인도의 경우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이유로 관세를 "상당히 올릴 것"이라고 압박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미국과 관세협상이 타결에 이르지 못해 이미 통보한 상호관세율 30%를 부과한 뒤 협상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미국과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의 신흥 경제 5개국) 국가들의 ‘관세 외교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들 개별 국가와의 협상 이외에 더 주목받는 변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발표를 예고한 품목별 관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전쟁 초기에 못 박아둔 철강·구리·알루미늄에 대한 품목별 관세(50%)에 대해선 요지부동이다. 자동차의 경우 한국, 일본, EU 등 일부 개별협상에서 지금까지 적용해온 25%가 아닌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유연성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CNBC 방송 인터뷰에서 반도체와 의약품의 품목별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의약품에 대해 "처음에는 약간의 관세(small tariff)를 부과하지만, 1년이나 최대 1년반 뒤에는 150%로 올리고, 이후에는 250%로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와 의약품은 미국의 최혜국 약속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대미 주력 수출품들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