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일국의 컬처&트렌드] 힙합맨 양동근의 패기
3일 배우겸 래퍼 양동근이 한 교회 청소년 행사에서 노래한 영상을 SNS에 올렸다가 ‘계엄 옹호’ 래퍼로 몰렸다.
양씨의 소속사는 "정치적 의도 없는 순수한 신앙 활동"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일부 네티즌은 이 교회 담임목사가 우파 성향의 집회를 주관했으니 너도 한패가 아니냐는 ‘원님 재판’으로 양동근을 괴롭혔다.
이에 양동근은 이마에 ‘병신’이라 쓰고 웃고 있는 자신의 사진과 함께 "얘들아 맘껏 욕해, 너희에겐 그럴 자유가 있어"라고 응수했다. 논란이 커지자 양동근은 해당 게시물을 조용히 삭제했지만 공식 사과는 하지 않았다.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려 드는 군중을 향해 힙합의 문법을 빌려 ‘디스’를 날린 셈이다.
힙합은 1980년대부터 사회적 차별, 공권력의 과잉진압에 저항해왔다. 퍼블릭 에너미의 ‘권력과 싸우자’(Fight The Power, 1989), 2Pac의 ‘변화’(Change, 1992)가 유명하다.
행동하는 흑인이라는 의미의 그룹 N.W.A는 ‘경찰들 엿먹어’(Fxxk Tha Police, 1988)를 외치기도 했다. 이 곡은 닥터 드레가 판사, 아이스 큐브가 검사로 등장해 경찰을 재판하는 걸작 뮤직 비디오로도 유명하다. 당시 LA지역에서는 흑인 청년들에 대해 불심 검문과 구타가 만연했는데 이에 대한 저항의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국내에서도 디제이DOC, 데프콘, 다이나믹 듀오 등이 힙합의 첨병 역할을 했다. 이들은 자유분방한 언행으로 종종 사회면에 오르내렸지만, 강자에게 옳은 말을 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가 강자였다면 이제 무분별한 마녀사냥과 여론몰이가 그 자리를 차지한 것 같다. 양동근의 힙합 정신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