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학에 中 스파이 활동"...동료 유학생 감시 지시 정황까지
英 보고서 "민감 주제 연구 기피...비자 거부·경고 사례도 잇따라" 주영 中대사관 "터무니없는 주장" 반박
영국 내 중국 유학생들과 중국학 연구자들이 중국 정부의 직간접적 압박에 노출돼 있다는 조사 결과가 4일(현지시간) 나왔다. 일부 유학생들은 동료 학생을 감시하라는 요청을 받았고, 중국의 민감한 정치적 주제에 대한 연구를 회피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싱크탱크 ‘영국-중국 투명성’(UK-China Transparency·UKCT)은 이날 영국 대학 내 중국 공산당 관련 활동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UKCT는 영국 대학에 재직 중인 중국학 연구자 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이를 토대로 중국 정부의 영향력과 학문·표현의 자유 위협 실태를 조명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은 신장 위구르나 티베트 같은 중국 내 소수민족 문제, 인권, 정치 부패 등 중국 정부가 민감하게 여기는 주제를 연구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나머지 절반은 해당 주제의 민감성으로 인해 연구를 피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응답자 25명은 본인 또는 주변인이 중국 비자를 거부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29명은 이 같은 비자 거부 사유에 ‘민감한 연구 이력’이 작용한다고 봤다. 중국 정부와 관련된 비판적 연구가 실제 비자 발급 과정에서 불이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수업 중 중국 유학생들이 민감한 주제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낸 사례도 다수 보고됐다. 중국 유학생을 가르친 경험이 있는 응답자 44명 중 절반에 가까운 21명이 이 같은 상황을 겪었고, 이 가운데 4명은 실제로 수업 주제를 조정하거나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중국 국적을 가졌거나 중국 내 가족이 있는 교수나 학생들이 중국 당국이나 공산당 관련 단체로부터 경고나 간섭을 받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지적했다. 응답자 20명은 이런 사례를 알고 있다고 답했으며, 29명은 캠퍼스 내에서 중국 당국의 감시가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특히 일부 중국 유학생들은 자국 정부로부터 ‘동료 학생 감시’ 요청을 받거나, 귀국 시 정부 관계자와 면담을 진행한다는 증언도 나왔다고 UKCT는 전했다. 이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학내 표현의 자유와 연구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로 해석된다.
보고서는 또 일부 영국 대학들이 중국 유학생들의 등록금에 재정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이러한 문제 제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정부의 간섭에 맞서기보다 수익 유지를 위해 침묵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 고등교육 감독기관인 학생처(Office for Students)는 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장학금이나 협약이 캠퍼스 내 표현의 자유를 위협할 경우, 이를 재검토하거나 종료할 것을 대학들에 촉구했다. 영국대학협회도 교직원과 학생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정부와 긴밀히 협력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주영 중국대사관은 해당 보고서에 대해 "이번 보고서는 근거도 없고 터무니없는 주장에 불과하다"며 "중국은 언제나 영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고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