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타인 리스트, 트럼프를 시험대에 올리다
긴 정치생활 여러 스캔들을 헤쳐온 트럼프 미 대통령이 엡스타인 리스트로 위기를 맞았다. 엡스타인 사건은 아동 성학대 관련 스캔들이다. 미성년자 성착취는 미국에선 최고 금기 사안이다.
월가의 유명한 투자자인 제프리 엡스타인은 2006년 30여 명의 미성년자에 대한 성매매 혐의 등으로 체포됐다. 최고 종신형까지 예상했으나 호화 변호인단은 18개월 형으로 마무리지었다. 그는 복역 3개월 만에 모범수라는 명목으로 낮에는 감옥 밖에서 생활하다가 밤에만 감옥으로 복귀했다. 그마저도 3개월 앞당겨져 15개월만 복역했다.
하지만 엡스타인은 2019년 7월 다시 체포됐다. 2002∼2005년 또 다른 20여 명의 미성년자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한 달 후 엡스타인은 수감 중이던 교도소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당사자가 세상을 뜬 지 6년이 지난 상태에서 엡스타인 스캔들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엡스타인의 성접대 리스트에 트럼프 이름이 있다는 의혹이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언론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를 가짜뉴스라며 WSJ을 상대로 100억 달러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지지 기반인 마가(MAGA) 진영 내부까지 분열이 생기는 등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는 대선 캠페인 때 집권하면 엡스타인 파일을 전부 공개하겠다고 공약했다. 마가 진영은 열광했다. 왜냐하면 마가 진영은 미국 정치 막후에서 좌지우지하는 엘리트 기득권층, 즉 딥스테이트(Deep State)에 극렬한 반감을 갖고 있으며 그들 상당수가 엡스타인 성범죄에 연루돼 있을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대선 승리 후 파일을 공개하지 않았다. 파일의 존재를 인정했던 팸 본디 법무장관도 말을 바꾸어 존재를 부인했다. 이는 일부 마가 진영의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는 대규모 감세, 이민단속 강화, 이란 핵시설 폭격 등 지난 6개월 동안 역대 어느 대통령도 해내지 못한 성과를 이룩했다고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엡스타인 사건이 관세 전쟁으로 인한 경제 혼란과 맞물릴 경우, 트럼프의 성과를 물거품으로 만들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