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심기 건드린 스위스 39% 고율 상호관세 폭탄

2025-08-04     채수종 기자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심기’를 건드린 스위스에 39%라는 고율의 상호관세 ‘폭탄’을 안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위스에 대해 4월 2일에 발표했던 31%보다 8%포인트나 더 높아진 상호관세를 통보했다. 이에 따라 스위스의 제약업과 시계산업에 비상이 걸렸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보도에 따르면 양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미국 워싱턴DC 시간으로 오후 2시에 전화통화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설정한 무역합의 시한이 10시간밖에 남지 않은 때였고, 만약 합의가 불발되면 스위스에 31%의 상호관세가 부과될 예정이었다.

양국 대통령 통화 중 트럼프 대통령이 ‘폭발’했다. 스위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연간 400억 달러(56조 원) 수준인 스위스의 대미 상품수지 흑자를 집중적으로 문제삼으면서 스위스가 미국으로부터 돈을 훔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스위스 측의 조치를 요구했다. 그런데 켈러-주터 스위스 대통령이 상품수지 불균형 해소에 도움이 될만한 제안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대노했으며, 몇 시간 후에는 스위스에 대해 8월 7일부터 39% 상호관세율을 적용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39% 관세를 부과받는 스위스는 관세율이 15%에 불과한 유럽연합(EU) 소속 국가들에 비해 훨씬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됐다. 켈러-주터 대통령은 통화 다음날인 8월1일 ‘스위스가 미국으로부터 돈을 훔쳐왔던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무역적자에 상응하는 관세율을 얻어 맞아야 한다’는 생각은 "말도 안된다"고 발언했다. 트럼프가 지난달 31일 통화에서 상품수지 적자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서비스, 외국 투자, 스위스 측의 협조 제안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그림을 보지 않은 것은 스위스 측이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양국 실무진이 협의해 이미 7월 초에 무역합의 초안을 만들었고 스위스 정부가 7월 4일에 이를 승인한 상태여서,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승인을 요식행위로 스위스 측이 오판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39% 관세적용이 시작되면, 스위스는 대미 수출액 중 60%를 차지하는 제약업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관세와 별도로 트럼프 행정부가 약값 인하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어 스위스 제약업계는 심각한 이중고에 빠졌다. 시계산업도 혼돈 상태다. 미국에서 롤렉스, 파텍필립, 오메가 등 고가 시계를 판매하는 스위스 기업들과 미국 내 유통업체들도 충격에 빠졌다. AP통신에 따르면 스위스시계산업연맹은 미국의 39% 관세 부과에 대해 "매우 실망했고 놀랐다"고 밝혔다. 스위스에서 활동하는 고가 시계 부문 컨설턴트 올리버 뮐러는 "예정대로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내 소매가격이 12∼14%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