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로 '0%'였는데...車 관세 15%, 日보다 불리하게 타결

2025-07-31     정수현 기자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관련 브리핑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한·미 관세협상에서 미국측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상호관세 25%를 15%로 낮춰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자동차의 품목 관세를 15%로 결정하는 등 아쉬운 부분도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1일 ‘대미 투자 3500억 달러와 상호관세 15%‘를 골자로 체결된 한미 통상협상에 대해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대미 투자 가운데 1500억달러는 ‘조선업 협력 펀드’ 비용이라며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된 자동차의 품목 관세를 일본 수준의 12.5%로 낮추는 데 실패한 데 대해선 "아쉽다"라고 했다. 또 미 상무부가 주장한 ‘투자 이익 90% 미국 보유’에 대해선 ‘미국 내 재투자’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관세협상에서 먼저 협상을 마친 일본·유럽연합(EU)과 동일한 상호관세 15%를 확보한 점에서는 선방했다는 평가다. 25% 관세를 부과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한 것만으로도 투자 환경이 안정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에 부과하는 품목별 관세가 15%로 결정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앞서 관세 협상을 타결한 일본과 EU에는 2.5% 관세가 부과된 상태였지만, 한국 차는 FTA를 체결해 무관세였던 것이다. 김 실장은 "다른 나라와 관세 수준을 맞추기 위해 12.5%를 요구했지만 관철시키지 못해 아쉽다"고 밝혔다.

대미 투자 3500억달러(조선업 1500억+반도체 등 2000억)에 있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대통령실은 일본·EU와 비교해 안전장치가 마련됐다는 입장이지만 양국 간 해석이 다르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한국의 2배가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규모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픽=박덕영 기자

이와 관련해 김 실장은 "조선협력 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건조, MRO(유지보수), 조선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면서 "우리 기업의 수요에 기반해 구체적 프로젝트에 투자될 예정"이라고 했다.

투자펀드에서 발생하는 수익 배분에서도 양국 간 이견을 보였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일본과 같은 분배 방식으로 수익의 90%는 미국에 돌아간다고 했지만 김 실장은 "정상적인 문명 국가에서는 어려운 일"이라며 "미국 내에서 자본이 재투자되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협상에서 쌀과 소고기 등 농축산물 개방을 막았다는 점에서 최후의 보루는 지켜냈다는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농산물을 포함한 미국 제품 관련 무역시장을 완전히 개방한다고 밝혔으나, 대통령실은 정치 지도자의 표현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농축산물 부분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었고, 합의된 바 없다"며 "우리 농업 분야 99.7%가 개방돼 있다고 주장해 유보했고, 미국 소고기의 제1수입국이란 말에도 공감해 줬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협상이 통상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 안보 분야 관련 협의는 추후 예정된 한미정상회담 등에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2주 내에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