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선교’ 35년…사랑의 쌀로 복음의 열매 맺다

2025-07-31     최성주 기자
지난 5월 22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소강당에서 개최된 한국기독교학술원 제64회 공개 세미나에서 손인웅 원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최성주 기자

한국 개신교가 몽골 선교에 본격적으로 나선 지 35년 여가 지났다. 체제 전환기의 혼돈과 영적 공백 속에서 방황하던 몽골 사회에 한국교회는 ‘사랑의 쌀’ 나눔 운동을 통해 선교의 첫 발을 내디뎠다. 굶주린 이들에게 복음을 함께 전했던 그 헌신은 오늘날 국제울란바타르대학교(총장 강요열)라는 열매로 자라났다.

재단법인 한국기독교학술원(이사장 이승택, 원장 손인웅)이 지난 5월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소강당에서 개최한 제64회 공개 세미나에서는 한국교회의 몽골선교와 국제울란바타르대학교 30년의 지나온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그 역사적 의미를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강연을 맡은 임희국 박사(장로회신학대학교 명예교수)의 발제문을 중심으로 몽골 교육선교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 편집자주>

국제울란바타르대학교 2025년도 졸업식에서 학위를 수여받고 있다. /한국기독교학술원

몽골 선교는 한국 개신교의 해외 선교에서 크게 주목받는 선교 사역이다. 특별히 올해 2025년은 몽골 선교의 모범으로 평가되는 국제울란바타르대학교 설립 30주년이다. 국제울란바타르대학교는 1995년 몽골 정부로부터 허가받은 최초의 외국인(한국 개신교)이 세운 100% 한국 투자 몽골 사립 종합대학교이다. 이 대학은 하나님께서 몽골 민족을 향한 복음적 섭리 안에서 한국 선교사들과 교회가 순종으로 함께 이뤄낸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의 구체적 실현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임희국 교수는 대학 설립과 관련하여 "하나님의 선교는 인간이 기획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먼저 시작하신다"며 "선교사는 부르심에 응답하는 도구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의 역사를 하나님의 주권 아래 이뤄진 복음 사역의 현장으로 보며 "몽골은 오랫동안 복음이 전해지지 않았던 땅이었지만 하나님께서 먼저 그 백성의 가슴을 준비하고 계셨다"고 설명했다.

이흥순 장로, 최창근 장로, 정영숙 권사 등 2003년 사랑의쌀 나누기 운동을 이끈 주역들. /한국기독교학술원

1990년대 초, 사회주의 체제에서 민주화로의 전환을 겪던 몽골은 심각한 경제난과 사회 혼란 속에 있었다. 이때 1991년 서울 소망교회 단기선교팀이 몽골을 방문하면서 역사의 문이 열렸다. 당시 팀에 함께한 안교성, 윤순재 선교사는 몽골 선교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긴급 식량 지원과 복음 전파를 결합한 ‘사랑의 쌀’ 사역을 시작했다.

손인웅 원장은 이 사건을 가리켜 "복음이 배고픈 영혼과 굶주린 육체를 함께 향했던, 진정한 성육신적 접근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선교는 단지 말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삶과 섬김, 눈물과 헌신이 결합될 때 비로소 진짜 복음의 문이 열린다"고 말했다.

당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몽골에 5톤의 쌀을 지원했고 이는 현지인들의 마음을 열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한국 개신교는 30년 동안 꾸준히 몽골에 사랑의 쌀을 나눴다.

1991년 5월 30일 한바다호가 사할린으로 떠나기 직전 사랑의쌀을 선적하고 있다. /한국기독교학술원

◇ 전통적 선교 방식에서 벗어난 창의적 접근

몽골은 당시 복음이 전해지지 않았던 미전도 종족 국가였다. 교회도, 성경 번역도 없었고, 종교에 대한 법적 허용은 있으나 외국인의 선교 활동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이러한 한계 속에서 윤순재 선교사는 전통적 선교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창의적 접근 방식을 제시했다.

이 전략은 선교사들이 교육자, 의료인, 기술자 등 전문직 신분으로 현지에 입국하여 문화·교육·출판·청소년 사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복음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방식이다. 이는 19세기 조선에 직접 입국이 불가능했던 존 로스(John Ross) 선교사가 만주에서 한글 성경을 번역하며 사역 기반을 만들었던 전략과 유사하다.

국제울란바타르대학교는 이 창의적 접근의 대표적 산물이다. 교육이라는 공공의 가치를 통해 몽골 사회에 기독교 세계관을 심는 통로가 됐으며 선교사의 안정적 거주와 사역 플랫폼 역할도 병행하게 됐다.

2002년 2월 국제울란바타르대학교 도서관, 강의동, 체육관, 강당 건축 기공식 현장. /한국기독교학술원

◇ 믿음으로 시작해 복음으로 자란 대학

국제울란바타르대학교는 1993년 ‘울란바타르한국어학교’로 시작해, 1995년 ‘울란바타르대학교’, 2002년에는 종합대학으로 확대되며 재단법인을 설립했다. 이사장 이흥순 장로, 총장 윤순재 선교사 그리고 교회와 성도들의 헌신이 더해져 몽골의 대표적 기독교 사립대학으로 성장했다.

이 대학의 교육 철학은 단순한 기술 교육이 아닌 믿음, 소망, 사랑의 인재를 양성하는 데에 있었다. 학생들에게 성경적 가치관, 책임의식, 복음적 정체성을 심어주는 것이 궁극적 목표였다. 실제로 졸업생 다수가 목회자, 교회 사역자, 통역자, 사회 봉사자 등으로 헌신하고 있으며, 몽골 현지 교회 지도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 대학 출신이다.

이승택 이사장은 "몽골만큼 한국과 가까운 나라도 지구상에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국교회가 몽골을 선교하며 몽골어로 성경을 번역하고 병원, 사립대학교, 신학대학 등을 설립하는 등 몽골의 선교는 한국선교의 모범적 사례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학술원 이사장이기도 하셨던 고 이흥순 장로님께서는 여러 해 동안 국제울란바타르대학교 이사장을 맡으시기도 했다"며 "지난날 서로 우정을 가지고 지내 온 양국이 앞으로 더욱 가까워질 것을 바란다"고 말했다.

국제울란바타르대학교 학교 전경. /한국기독교학술원

◇ 대학의 현지화 사역과 선교 전략

국제울란바타르대학교는 단지 강의실에서 가르치는 교육기관이 아니다. 지도자를 양성해 졸업생의 다수가 교회 목회자, 찬양사역자, 교회 행정가 등으로 헌신했으며, 성경, 설교 자료, 찬송가 등을 몽골어로 제작하는 등 기독 콘텐츠 번역과 출판에도 나섰다. 특히 비자 발급, 숙소, 현지 정착을 지원하고 법, 정치, 문화 정보 제공 및 전문 통역 인력을 배출했다. 또한 실무 사역자 훈련을 통해 IT, 행정, 미디어 등 실용 역량을 강화하는 등 몽골 복음화의 실질적 플랫폼으로 기능해왔다.

그러나 몽골은 여전히 복음화율 1% 미만으로 선교의 장벽이 높은 지역이다. 정부의 외국인 규제는 강화되고 있고 장기 체류 선교사에 대한 제약도 커지고 있다. 한때는 국제울란바타르대학교의 이름을 유사하게 사용한 타 단체의 모금 사기 사례도 발생하며 혼란이 있었다.

그럼에도 몽골선교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행정력의 결과가 아닌 하나님의 선교에 대한 분명한 소명과 신앙적 기반 위에서 이루어진 사역이기 때문이다.

이승택 이사장이 지난 6월 11일 몽골 오흐나깅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으로부터 교육 및 인도주의적 공로를 인정받아 몽골 최고 훈장인 ‘북극성 훈장’을 수훈했다. /한국기독교학술원

손인웅 원장은 "몽골 국제울란바타르대학교는 하나님께서 세우신 대학이며, 복음이 교육과 함께 꽃피운 모범적인 성육신 선교의 사례"라고 평가하며, "향후 30년도 하나님이 인도하실 새로운 선교의 여정이 펼쳐질 것"이라고 피력했다.

국제울란바타르대학교는 한국교회가 하나님 나라를 위해 한 민족과 함께 순종하며 걸어온 복음의 여정이다. 몽골 선교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며, 하나님은 지금도 이 대학을 통해 일하고 계신다.

임 교수는 "하나님의 선교는 사람이 시작한 것이 아니며, 사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우리는 부르심에 응답하고 순종할 뿐이다"면서 "계속해서 몽골에서 이어지는 하나님의 선교가 육신이 되신 하나님의 말씀의 성육신 선교로 꽃피고 열매 맺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