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쿠폰’ 기대 속 빠른 확산...운영 혼선엔 아쉬움도

신청률 78% 육박...빠른 확산 속 사용 혼선도 여전 "현금 환불 요구에 당황"...반복되는 민원에 피로감 "내 돈이냐 부모의 돈이냐"...쿠폰 소유권 논란까지

2025-07-29     강호빈 기자
28일 서울의 한 이마트 내 임대매장 앞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

정부가 내수 진작과 민생 회복을 위해 전 국민에게 지급한 ‘소비쿠폰’이 빠르게 확산되며 기대감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일부 현장에서는 혼선과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용 초기부터 발생한 환불 갈등, 불법 유통 시도, 소유권 다툼 등은 제도 운영의 허점을 드러내며, 보다 촘촘한 안내와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계좌로 환불해달라고요?"...상인들 곤혹

"쿠폰 결제하자마자 음식에 문제가 있다며 환불을 요구하더라고요. 그냥 한숨만 나왔습니다"

서울 종로구에서 프랜차이즈 분식점을 운영하는 김모(49) 씨는 최근 겪은 일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정부가 지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3만 원어치를 포장 주문한 손님이, 음식을 받은 직후 "아이가 먹자마자 토했다"며 현금 환불을 요구한 것이다. 카드 결제 내역은 그대로 남았고, 손님은 "정부가 준 돈인데, 현금으로 돌려달라"고 주장했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배달 음식에 머리카락이 나왔다", "음식이 눅눅하다"는 이유로 환불 요청을 받았다는 경험담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소비쿠폰은 원칙적으로 원 결제 수단으로만 환불이 가능하며, 현금 환불은 보조금 관리법상 위법 소지가 있다고 설명한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실제 거래 없이 카드 결제를 가장할 경우, 판매자 역시 최대 3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법보다 생계가 우선이라는 하소연이 나온다. 김 씨는 "손님이 ‘신고하겠다’고 하면 혼자 대응하기 어려워 그냥 넘기게 된다"며 "정부가 쿠폰을 준 건 고맙지만, 환불 요구가 계속되면 장사를 접고 싶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본래 취지를 지키기 위해서는 명확한 기준과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대학원 원장은 "정부는 소비쿠폰의 현금화 유형을 면밀히 조사해 악용을 막는 종합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기대감 속 빠른 확산...그러나 곳곳에서 혼선도

이처럼 우려되는 사례들이 있지만, 소비쿠폰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참여는 전반적으로 활발하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7월 21일부터 시작된 소비쿠폰 1차 신청은 일주일 만에 전체 지급 대상자(약 5천만 명)의 78.4%인 3967만 명이 참여했고, 총 7조1200억 원이 지급됐다.

다만 신청과 사용이 본격화되면서 일부 혼선도 드러나고 있다. 소비쿠폰은 연매출 30억 원 이하 소상공인 매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데, 같은 프랜차이즈라 하더라도 직영점은 제외되고 가맹점만 해당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외관상 구분이 어려워 시행착오가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쿠폰 지급 방식이 지류, 신용·체크카드 충전, 간편결제, 지역사랑상품권 등으로 다양해진 것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각 카드사와 플랫폼마다 혜택이 달라, 어디에서 신청하고 어떻게 사용하는 게 가장 유리한지를 따지는 소비자들의 문의도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짜 정보도 빠르게 퍼졌다. 일부 편의점에서 ‘에어팟을 소비쿠폰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글이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됐지만, 이는 과거 판매 이력을 바탕으로 한 잘못된 정보로 드러났다. 해당 업체 측은 "현재는 애플 제품 발주가 불가능한 상태"라며 소비자 혼선을 우려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도 "15만 원짜리 쿠폰을 13만 원에 팝니다"라는 식의 불법 거래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경찰청은 오는 11월 말까지 카드깡, 허위매출, 타인 양도 등 소비쿠폰 불법 행위에 대한 특별단속에 돌입했다. 사기 피해 방지와 정책 취지를 지키기 위한 조치다.

◇ 가정 내 갈등부터 디자인 논란까지

일부 가정에서는 미성년 자녀에게 지급된 소비쿠폰을 두고 소유권 갈등이 벌어지기도 했다. "내 이름으로 나왔으니 내 돈"이라는 자녀와 "생활비로 써야 한다"는 부모 간 입장이 충돌한 것이다. 온라인상에서는 "경제 교육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과 "가계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미성년자의 경우 세대주가 대리 신청·수령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하지만, 실사용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은 없어 논란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정책 시행 과정에서 디자인 논란도 불거졌다. 광주시는 지급 금액에 따라 선불카드 색상을 분홍, 연두, 남색으로 다르게 제작했는데, 이로 인해 카드만 봐도 수급 여부가 드러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이 "공급자 중심의 행정 편의주의이며, 인권 감수성이 부족한 조치"라고 질타했고, 광주시는 긴급하게 카드 색을 통일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전반적으로 소비쿠폰 정책은 국민 다수가 큰 관심을 갖고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제도적 허점이 현장에서 불편과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정교한 운영 매뉴얼과 예방적 대응책 마련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