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무역협상 타결이 한국 압박...대미 수출 차 관세 인하 눈길
이번 미·일 무역협상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일본의 대미 수출 자동차에 대한 관세율 인하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차 관세는 25%로 시행되고 있다. 미 행정부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자동차를 비롯한 품목별 관세는 상호관세와는 별개로 손댈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번 미·일 협상에서 25%이던 차 관세를 절반인 12.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차 관세는 기존 2.5% 부과를 포함해 15%로 확정됐다.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50%가 유지된다. 하지만 일본의 목표는 차 관세 인하에 맞춰져 있었다. 관세 협상을 위해 미국을 방문해 2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일본 측 관세 담당 각료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미국 백악관을 갔다. 임무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차 관세 인하는 그만큼 일본으로서 중요하고, 절박한 목표였던 것이다. 일본의 대미 수출액의 3분의1 이상이 자동차와 부품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명운’을 건 협상에 임했음을 알 수 있다
대미(對美) 무역에서 경쟁국이라 할 수 있는 일본이 한국보다 먼저 미국과 무역 협상을 타결한 것은 한국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요소와 부정적 측면이 모두 있다. 미국이 상호유예 기간으로 설정한 8월1일을 일주일 여 밖에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은 ‘불투명한 미래’라는 짐을 벗었다. 히지만 한국은 여전히 한·미 정상회담의 날짜 조차 잡지 못하면서 협상 타결을 위해 갈 길이 먼 상태이다. 상호유예 만료일이 다가올 수록 협상에 어려움이 커질 전망이다. 시간은 미국 편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각국과 상호협상을 이미 끝냈다는 입장이며, 8월1일 이후 이미 서면으로 통지한 관세율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그 이전에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 상호관세율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입맛을 다실만한 카드를 보이라는 압력이다. 미국은 통지한 상호관세를 대폭 낮춰주면서 미국이 원하는 비관세 장벽을 여는 방식이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 카드를 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알래스카 천연가스 수입과 LNG 사업 참여, 미국의 조선 경쟁력 향한을 위한 협력사업 등 다양하다. 또 일본 보다는 적지만 굵직한 미국 현지 투자 계획도 갖고 있다.
한국은 이번 미·일 협상 결과를 보면서 대미 협상전략을 다시 세울 수 있게 됐다. 당초 일본이 미국과의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전략을 펼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일본은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10%p 내렸다. 품목별 차 관세도 25%에서 15%로 떨어뜨렸다. 상호관세와 품목별 관세를 함께 낮추는 선례가 생긴 것이다. 한국도 일본의 협상전략에서 배워야 한다.
문제는 시간이다. 한국은 새롭게 설정된 상호관세 부과 유예 시한인 8월 1일 전까지 미국과 상호호혜적 협상을 완료하기 위해 마음이 급하다. 한국 정부는 새로운 유예 시한이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부 고위급이 총출동해 대미 통상외교에 전념하는 모습이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0일 방미한 데 이어 이날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에 도착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3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에 미국을 방문하며 조현 외교부 장관도 조만간 미국을 찾을 예정이다. 여 본부장은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기자와 만나 "전방위로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특히 25일 개최되는 구 부총리와 여 본부장, 미국의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여하는 ‘2+2 통상협의’에서 한·미협상 타결의 골격을 만들 계획이다. 한·미 무역 협상 타결의 중대 국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