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由칼럼] 시진핑이 만든 2개의 중국, 소련 붕괴 따라가나

2025-07-23     김완규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
김완규

중국 시진핑 주석의 실각설이 해외 언론에서 급속히 확산되면서 한동안 국제 사회 핫이슈로 떠올랐다. 시진핑이 장유샤(張又俠) 당중앙군사위 부주석 등 군부 인사와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 등 당원로들이 연합한 반(反)시진핑 세력과의 치열한 권력투쟁에서 패배, 실각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시진핑 실각 여부는 7월말-8월초에 열리는 중국 지도부 비밀회의인 베이다이허(北戴河)회의와 8월말 개최 예정인 당 20기 4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4중전회의)를 거치면서 그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예측해왔다.

하지만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지난 몇 달간 떠돌던 ‘시진핑 실각설’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분위기다.

그간 중국 내 시진핑과 반시진핑 세력간 권력암투설을 암시하는 사건들은 꾸준히 일어났다. 2018년 9월 16일 덩샤오핑(鄧小平)의 아들인 덩푸팡(鄧樸方)이 중국 장애인연합회 전국대회 연설에서 "중국은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자세를 갖고 깨어 있는 머리로 자신의 주제를 알아야 한다"면서, 덩샤오핑이 수립한 도광양회(韜光養晦) 정책을 폐기하고 공세적인 대외정책으로 중국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킨 시진핑을 맹비난했다.

2022년 10월 22일 20차 당대회에서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이 시진핑 지시에 따라 보안요원에 의해 강제로 끌려나갔다. 2023년 8월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부주석이 경제가 붕괴 위험에 빠진 것에 대해 시진핑에게 "더 이상 나라를 혼란스럽게 해서는 안 된다"고 질책한 일 등이다.

2012년 11월 집권한 시진핑은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미국을 능가하는 세계 최대 강대국이 되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룬다는 중국몽(中國夢)을 국정목표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반부패운동을 내세워 반대파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을 통해 권력을 강화해왔다. 영구집권을 위해 덩샤오핑이 정립해 역대 정부에서 이어져 온 국가주석 2연임제와 집단지도체제를 폐기하고 제한 없는 연임과 1인 독재체제를 구축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시진핑에 의해 축출된 당원로와 혁명원로 2세들인 홍얼다이(紅二代)들의 반발이 갈수록 고조됐다.

시진핑은 중국몽 실현을 위해 대내외적으로 강력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대내적으로는 공동부유(共同富裕)와 국진민퇴(國進民退)라는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강화하고 대외적으로는 도광양회를 폐기하고 전랑외교(戰狼外交)라는 공세적 대외정책을 강력 추진했다. 이에 중국의 GDP는 2020년 미국 GDP의 70%를 넘어서고 미국의 패권 경쟁국으로 발돋움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은 머지않아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봤다.

이같은 시진핑의 정책 결과 지금 중국은 완전히 다른 2개의 중국이 있다. AI·배터리·전기차·로봇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미국에 필적하면서 산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그러나 서민경제는 사회주의 정책 강화로 부동산 시장 붕괴, 치솟는 청년실업률, 디플레 압박 심화 등 붕괴 직전에 있다.

이는 1960년대-70년대 미소 냉전 당시 소련의 데자뷰(Deja vu)이다. 당시 소련은 우주항공, 중공업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에 필적하는 실력을 갖추고 있었고 국가주도의 계획경제로 성장률이 치솟고 있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새뮤엘슨은 향후 소련이 미국을 추월해 소련이 주도하는 사회주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민경제는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구조적 모순이 누적되면서 괴멸의 길로 들어섰고 결국은 소련 붕괴의 제 1원인이 됐다.

지금 시진핑의 중국은 소련의 길을 따라가고 있다. 시진핑 실각설 중 가장 큰 이유로 제기되는 것이 정책 오판으로 경제를 붕괴시켜 후진타오 등 당원로들 분노를 산 것이다. 시진핑은 개인의 자유를 어느 정도 인정해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노선을 폐기했다. 대신 개인의 자율과 창의성을 억압하는 국가 주도 사회주의 경제모델을 강력 추진함으로써 경제를 몰락의 길로 몰아넣었다.

역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개인의 자율과 창의성을 억압하는 1인 독재체제는 반드시 망하며 독재체제는 국가를 성공시키지 못한다는 교훈을 인류에게 주고 있다. 역사의 물줄기는 굽이쳐 돌더라도 항상 앞으로 발전한다. 이러한 ‘역사의 힘’에 저항하는 사람은 결국 멸망한다는 것이 ‘역사의 철칙’이다.

히틀러·스탈린·마오쩌둥·차우세스코 등 수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운명의 길을 걸어갔다. 이미 중국은 시진핑 1인 독재체제하에서 ‘역사의 힘’과 충돌하는 길을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