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 "사탕수수 콜라 생산"...‘콘벨트’ 반발 촉각
기존 '고과당 옥수수 시럽' 대신 '사탕수수' 사용 계획 농업지대 ‘콘 벨트’는 공화당 텃밭...지지율 하락 우려
미국 음료 업체인 코카콜라가 앞으로 미국 내 콜라 제품에 케인 슈가(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설탕)를 사용하겠다고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6일(현지시간) 폭스뉴스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이날 나온 코카콜라 측의 성명이 수십 년간 이어진 고과당 옥수수 시럽(FHCS)의 활용 방식에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HFCS는 옥수수 농가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원, 수입산 케인 슈가에 매겨진 고관세 등으로 인해 1970년대부터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케인 슈가는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설탕으로, 유럽 등 다른 해외 시장에서 나오는 콜라 제품에 활용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국경을 맞댄 멕시코에서 유통되는 콜라에도 케인 슈가가 포함돼 있는데 가격은 HFCS를 사용한 콜라 제품보다 비싼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천연 성분이라는 점 외에 케인 슈가가 HFCS와 영양학적인 면에서 어떤 점이 다른지에 대해서는 논쟁이 남아 있다.
이번 계획에 대해 옥수수 농가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보도를 통해 "HFCS는 옥수수에서 추출되며 미국의 주요 옥수수 생산지는 일리노이주, 아이오와주, 네브래스카주 같은 중서부 농촌 지역이다"라며 "작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한 지역이기도 하다"라고 전했다. 옥수수정제협회의 존 보드 최고경영자(CEO)는 "HFCS를 사탕수수 설탕으로 대체하면 수천 개의 미국 식품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며 "농장 소득이 감소하고 외국산 설탕의 수입이 늘어날 것이다. 영양학적 이점은 전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공화당 텃밭인 주요 농업지대 ‘콘 벨트(Corn Belt)’가 트럼프 행정부에 등을 돌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 보건복지부의 원료 교체 요구에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던 코카콜라 측이 갑자기 입장을 바꾼 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향’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술을 마시지 않는 대신 콜라를 하루 12개까지 마실 정도로 콜라광인 것으로 유명한 트럼프 대통령이 ‘다이어트 콜라를 즐기지만 진짜 사탕수수 설탕보다는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의견을 곧잘 제시해왔다는 것이다. 코카콜라 측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직후 취임 축하 메시지가 담긴 특별 한정판 다이어트 콜라 유리병을 선물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입맛에 적극 대응해왔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코카콜라 측에 ‘진짜’ 사탕수수 설탕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제안해왔고, 그들이 수락했다"며 "코카콜라의 모든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리고 싶다. 좋은 결정을 했다는 것을 이제 알게 될 것" 등의 메시지를 남기며 반색했다.
한편 코카콜라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의 상징적인 코카콜라 브랜드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신 것에 감사드린다"며 "새롭고 혁신적인 코카콜라 제품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곧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량의 케인 슈가를 어떻게 조달할지, 슈가 케인 사용 비율은 어느 정도인지 등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