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HA)'로 주목받는 美보건부 장관
아이스크림 업계의 인공 착색료 퇴출 계획에 큰 역할해 민주당 지지자·백신회의론자에서 공화당 지지자로 전향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HHS) 장관이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ke America Healthy Again·MAHA)’라는 슬로건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5일(현지시간) USA투데이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국제유제품협회(IDFA)는 전날 미국 농무부 본부 청사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2027년 말까지 회원사들이 생산하는 아이스크림 제품에서 인공 착색료를 순차적으로 퇴출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참석한 케네디 주니어 장관은 "미국 식단에 더 많은 단백질과 지방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근거해 어린이들의 건강 개선을 위해 유제품 산업계와 협력하겠다"며 "미국 농무부(USDA)와 함께 ‘향후 몇 달 안에’ 새로운 식생활 지침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클 다이크스 IDFA 회장도 "오늘은 유제품 업계에 있어 훌륭한 날이며 ‘MAHA’를 위한 훌륭한 날"이라고 언급했다.
업계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국민 1인당 연간 약 8.6kg의 아이스크림을 소비하고 있는데, 아이스크림 업체가 사용하는 인공 착색료들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암, 당뇨병, 소화기 질환, 유전자 이상 등의 발현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여럿 나왔다. 건강 관련 단체들도 인공 착색료가 미관상으로만 좋을 뿐 영양적으로나 기능적인 의미가 없는 만큼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으나 생산 업체들과의 입장차로 인해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런 가운데 미국 전역에 유통되는 아이스크림·냉동 유제품 등 디저트 90%를 생산하고 있는 IDFA 회원사 40여 곳이 자발적으로 이런 조치를 내놓은 데는 케네디 주니어 장관의 MAHA 정책이 효과를 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MAHA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에서 차용한 것으로, 케네디 주니어 장관 주도로 관련 지침을 마련한 후 적극적인 범부처 행보를 이끌고 있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조카이기도 한 케네디 주니어 장관은 전통적인 민주당 가문의 일원이었다가 공화당 지지자로 돌아서 관심을 끌었었다. 작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만 해도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경선 후보로 나섰다가 이후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 선언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돌연 작년 8월 선거 운동을 중단하고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고 나서면서 가족들에게 ‘배신자’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BBC는 "당초 백신 음모론자이자 민주당 지지자였던 케네디 주니어 장관이 입장을 바꾼 데는 민주당의 당론에 실망한 데다 자신을 지지해주지 않은 섭섭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전문가는 이에 대해 ‘케네디 주니어의 (전향) 결정은 미국의 양당제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