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전격 복귀 선언...'1년 5개월 의정 갈등' 출구 보인다

2025-07-13     강호빈 기자
12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의대협·의협·국회 상임위가 ‘의과대학 교육 정상화를 위한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 /연합

1년 반 가까이 학교를 떠나 있었던 의대생들이 전격적으로 복귀를 선언하면서, 장기화됐던 의정 갈등이 봉합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전공의 복귀 논의도 속도를 내며 의료 현장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다만, 이들의 복귀를 위한 제도적 조치가 ‘특혜 논란’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12일 국회 상임위, 대한의사협회(의협)와 함께 입장문을 내고 "정부와 국회를 믿고 학생 전원이 학교로 복귀해 의대 교육 및 의료체계 정상화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에 반발해 동맹 휴학에 나선 지 약 1년 5개월 만이다.

정부는 그간 유급 면제, 국시 추가 실시, 정원 재검토 등 다양한 유화책을 제시했으나 의대생들은 등록 후 수업 불참 등 강경한 방식을 고수해왔다. 그런 가운데 이번에는 별다른 조건 없이 복귀 의사를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큰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이선우 의대협 비대위원장은 "전 정부 시절 무너졌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국회 교육·복지위원장 등과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다만 의대생 복귀 선언이 곧장 수업 참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부 학생들은 이달 내 1학기 수업에 참여하길 희망하고 있지만, 교육의 질 보장과 학사 운영 방식 등 해결 과제가 적지 않다. 특히 이미 복귀한 학생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변수다.

이 위원장은 "졸속 복귀 없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겠다는 원칙은 유지하면서도, 방학 조정 등을 통해 불합리하지 않게 합류할 수 있는 방안을 학교 측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2학기 복귀도 간단치 않다. 의대 학사 구조가 연간 단위로 짜여 있어 유급 조치를 받은 경우 복학 자체가 어려운 학교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육부에 따르면 5월 기준 전국 40개 의대에서 유급 대상자는 8305명, 제적 대상자는 46명에 달했다. 이에 따라 의대생들의 복귀 선언은 정부와 대학에 "복귀 여건을 마련하라"는 메시지로도 해석된다.

그러나 교육부는 학사 유연화에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국 의대 학장들 역시 "교육 기간 압축이나 유연화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이종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은 "복귀 환영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학칙 변경과 교육 질 유지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정 갈등 해소의 또 다른 열쇠인 전공의 복귀도 물밑에서 본격 논의되고 있다. 의대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전공의의 복귀가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대전협은 14일 박주민 국회 복지위원장을 만나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하고 전공의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어 19일에는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향후 방향을 결정한다.정부와 의료계가 신뢰 회복의 물꼬를 트고 있지만, 의정 갈등을 마무리 짓기 위해선 학생과 수련의의 실질적 복귀를 위한 제도 정비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가 전공의·의대생 복귀를 위해 내놓는 조치가 ‘특혜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최근 의료계와 총리 회동 이후 성명을 통해 "정부가 의대생과 전공의에게 특혜성 조치를 계속 제공하려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먼저 복귀한 이들에 대한 2차 가해로도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일각에선 의료 공백으로 실질적인 피해를 입은 것은 환자들인데도 이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나 입장 표명이 없다는 점 역시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