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왕이 될 상인가"...앞으로는 AI에 물어봐야

2025-07-14     소유빈 전자공학 연구원

‘사람의 얼굴에는 모든 것이 있다’는 말이 있다. ‘첫 인상이 중요하다’는 말도 있다. 이런 ‘관상’은 예로부터 중요하게 여겼지만 비과학적인 영역으로 취급했다. 그런데 얼굴 사진을 찍어서 성격, 남은 수명 그리고 병의 유무까지 추정하는 AI가 개발됐다. 최근 헝가리 부다페스트 연구팀이 ‘얼굴 사진 기반 연령 가속화는 모든 원인 사망률을 예측하며 직업마다 다르다’(Face photo-based age acceleration predicts all cause mortality and differs among occupations)라는 긴 제목의 논문을 통해 발표한 것이다.

인간의 얼굴만 보고 노화를 판단하고 사망까지 예측하는 AI가 등장했다.

가설 ‘얼굴은 무언가 나타낼 것’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벤스 키라이 박사팀의 연구는 ‘사람의 얼굴이 무언가를 나타낼 것’이라는 가설로 시작했다고 한다. 의학적인 목적이었다.

연구팀은 눈가의 미세한 잔주름들을 포함한 얼굴의 사소한 작은 부분까지도 픽셀 단위로 분석해 AI에게 학습을 시켰다. ‘삼사십대이신 듯합니다’ ‘안색이 안 좋아 보이세요’처럼 사람이 판단하고 있던 것을 AI에게 맡겨 빅데이터 기반의 초정밀 진단을 기대한 것이다.

얼굴을 하나의 바이오 마커로 보고, 얼굴의 생체적인 힌트에 대한 수많은 학습을 통해 이 사람이 어떤 질병을 가졌는지,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까지 AI에게 예측시키는 것이다. 그러다가 생물학적 노화 속도를 반영해 ‘얼굴 자체가 조기 사망과도 연관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궁금증을 가진 것이다.

AI에게 44만개 인물 이미지 학습

이 가설의 검증을 위한 획기적인 도구가 과거에는 없었지만 현재는 존재한다. 인터넷 인물 위키 페이지를 통해 불특정 다수 인물의 나이와 사진에 접근하기 쉬운 시대이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44만2110개의 포토 이미지를 AI에게 학습시켰다. 사진의 인물에 대한 이력을 자세히 알아야 하기 때문에 유명한 사람들의 이미지를 가져왔다. 나이 듦에 따라 얼굴이 어떻게 변하는지 미묘한 패턴들을 딥러닝을 통해 AI를 학습시키는 쪽으로 접근한 것이다.

사실 이런 관상 종류의 논문은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여태까지 나왔던 논문들과 차별화 되는 것은 그냥 나이만 추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수명까지도 추정해 보는 시도가 들어갔다는 것이다. 해당 연구가 더 갈고 닦이면, 윤리적으로 맞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셀카 찍듯 사진을 찍고 자신의 남은 수명을 알게 되는 날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정확도에 대해서는 심도 있는 연구와 더 많은 샘플과 데이터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사진 자체를 사람의 바이오 마커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 하나만큼은 가치 있는 연구로 인정할 만하다.

근미래는 얼굴 자체가 하나의 생체 데이터가 되어 ‘얼굴 보안’에 신경써야 하는 시대가 될지도 모른다.

사망 예측 알고리즘까지 발전

이 연구를 단순하고 쉽게 설명해 보자. AI가 예측한 얼굴 나이에 실제 나이를 빼서 양수가 나왔을 때, 사람들이 ‘실제보다 나이들어 보인다’고 해석하는 것과 일치한다. 이걸 이용해서 ‘이 얼굴이면 이 정도 나이가 되어야 한다’고 AI가 판단한다.

하지만 AI가 판단한 얼굴 나이와 실제 나이의 차가 크면 클수록 ‘이 사람 건강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가는 것이다. 단순히 ‘몇 살처럼 보인다’가 아니라 그 나이대 사람 중에서 상대적으로 얼마나 나이들어 보이는지를 정량적으로 객관화해서 수치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 정보는 더 소름이 끼칠 것이다. 연구 결과, AI가 판단한 얼굴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1년 더 늙게 나왔다고 가정하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원인에 의해서 죽을 확률이 0.8%씩 계속 증가한다는 것이다. 다른 모든 변수를 통제한 후에도 굉장히 유의미하게 과학적으로 도출이 됐다. 즉 AI가 측정해 봤을 때 ‘너는 몇 살이다’라고 나온 값과 실제 나이의 차를 봤을 때, 무슨 원인이 있든 간에 그 차이가 2년이면 1.6% 10년이면 사망 확률이 8% 늘어났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45세 이상인 경우 훨씬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나이가 들었을 때 얼굴에 보이는 것(경력·노화 속도·생활 습관 등)들이 45세 이상에서 더 명확하게 반영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45세 이상 중장년층과 고령층에서는 AI가 측정한 나이와 실제 나이를 뺀 값으로 계산된 사망 예측 확률의 알고리즘이 매우 유의미하고 뚜렷한 결과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45세 미만인 경우는 별로 관계가 높지 않았다. 아무래도 노화 관련 질병 발생률이 낮은 편이고, 생활 습관 변화를 통해서도 노화 속도를 바꿀 시간이 충분하기 때문이라고 논문은 해석하고 있다.

나이 예측 포인트는 코와 입 주변

가장 재미있게 본 부분은 직업별로 노화 속도를 분석한 부분이었다. 느리게 노화되는 상위권에는 배드민턴과 탁구선수 그리고 배구 선수가 있었고, 하위권에는 미식축구 선수와 각본가 그리고 래퍼가 있었다. 느린 노화 직업의 상위권은 모두 운동선수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미식축구 선수들은 거친 몸싸움으로 인한 부상 후유증 때문에 하위권에 있지 않나 싶다.

빨리 노화하는 직업군들을 보면 역사가·언어학자·번역가·편집자와 선생님·교수 그리고 연구가 등 대체로 물리적인 활동을 많이 하지 않는 이들이다. 잠시지만 운동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이 AI 모델이 나이 예측을 할 때 가장 많이 본 부분이 코와 입 주변의 팔자 주름 같은 것이다. 젊게 보이는 데 중요하게 작용했던 부분이 눈이나 얼굴 전체보다 코와 입 주변이라는 것이다. 코와 입 주변 주름만 잘 관리하면 동안으로 보인다는 것으로 희망적인 해석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영화 ‘관상’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앞으로는 AI에게 물어봐야 한다.

사진으로 수명 예측 가능할 수도

현재 최첨단 생물학적 나이 측정법으로 ‘후성 유전체 시계’ 라는 것이 있다. 사람의 DNA를 직접 분석하는 것이다. 이 분석을 통해 생물학적 나이를 추정하고 더 나아가 해당 사람의 수명을 예측하는 것이다.

이 테스트는 DNA 샘플을 직접 채취해 연구실에 보내야 하고, 분석 시간도 오래 걸리며 가격이 비싸다. 그래서 일반인들은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헝가리에서 발표한 이번 연구는 누구나 사진 한 장으로 AI를 통해 바로 답변이 나오는 것이다. 획기적인 연구가 아닐 수 없다.

인간이 살아 숨쉬는 한 헬스 케어 시장은 언제나 블루 오션이다. 이 시장을 조준하고 진행된 연구로, AI를 통한 개인 맞춤형 의료 서비스가 탄생하는 것 아닌가 싶다. 하지만 아직은 수명과 관련된 부분은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이 기술이 널리 적용되려면 인종과 성별 같은 편향적인 데이터들도 보정돼야 할 것이고, 데이터도 좀더 정갈하게 잘 나온 것들을 토대로 다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얼굴 자체가 민감한 생체 정보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좀 소름 돋는 부분이다. 지금은 지문 등을 생체 정보로 활용해 은행 로그인 등에 많이 쓰는 중이다. 그런데 얼굴 자체가 하나의 생체 정보가 된다고 했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보안은 또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무겁고 중요한 질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