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1호 혁신안은 '사과'...국민의힘, '국민'도 없고 '힘'도 없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계엄·탄핵 등 과거사에 대한 대국민 사죄문을 당헌·당규에 담는 방안을 1호 혁신안으로 발표하자 당내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장동혁 의원은 “언제까지 사과만 할 것이냐”며 윤희숙 혁신위원장을 정면 비판했고, 나경원 의원도 “(사과는)갈등과 분열만 되풀이된다”며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당 지지율이 10%대로 하락한 가운데 당내에선 ‘혁신 전당대회’ 개최 등 당의 선명성 회복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윤 위원장이 이끄는 혁신위는 10일 첫 회의에서 당헌·당규 첫머리에 ‘국민·당원께 드리는 사죄문’을 수록하는 방안을 의결하고, 전 당원 투표로 이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사죄문에는 ‘계엄 사태에 이르게 된 책임’과 ‘탄핵 당시 국민 눈높이에 맞는 판단을 못한 점’ 등에 대한 반성이 담겼으며, ‘계파 중심 운영’, ‘당 대표 강제 퇴출’, ‘총선 참패 후 쇄신 실패’ 등에 대한 사과도 포함됐다.
장 의원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리에 앉는 사람마다 사과만 반복할 것이냐”며 “우리 당 대표가 ‘내란을 자백했다’고 선언하고, 특검이 전직 대통령을 재구속해도 아무 말도 못하면서 무엇을 더 절연하겠다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이어 “108석을 갖고도 탄핵을 막지 못했고, 이미 탄핵된 대통령을 출당시켰다”며 “우리는 작은 일에도 내부총질하며 도망치는 못된 습성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선에서 41%를 얻었던 당의 지지율이 19%로 추락한 이유를 정확히 파악해야 진짜 혁신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내놓은 혁신안은 민주성에 역행하고 끝없는 갈등과 자충수만 낳을 것”이라며 “당원과 국민의 헌신을 헛되이 만들 수 있다”고 비판했다.
당 외부 논객들도 이 같은 혁신위의 발표 직후 강한 우려를 제기했다. 서정욱 변호사는 “지지율 하락은 사과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재명 폭정에 굴복했기 때문”이라며 “사과보단 강력한 투쟁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강용석 변호사도 “사죄와 절연은 지지층을 버리는 행위”라며 “민주당이 좋아하는 일(윤석열 죽이기)을 하면서 지지율이 오르기를 바라는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국민의힘 지지율은 11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19%를 기록하며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45%)의 절반 이하로 추락했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에서조차 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수준으로 줄어든 점은 당 지도부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최수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TK 지지층 이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뼈를 깎는 혁신이 필요하단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최형두 혁신위원도 이날 KBS 라디오에서 “지금은 당이 고사 직전”이라며 “혁신 전당대회를 통해 당원과 국민이 바라는 혁신 방향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권 주자들이 자신만의 혁신 공약으로 경쟁하는 전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지난 8~10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이며, 응답률은 11.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