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지리멸렬 속 보수 한가닥 희미한 희망...이진숙·윤희숙 ‘양숙’ 뜬다
소신과 뚝심의 이진숙, 정책과 비전의 윤희숙 이진숙은 정권이, 윤희숙은 국힘 위기가 띄워
국민의힘이 지리멸렬하며 보수가 괴멸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팽배한 가운데 보수 재건의 한 가닥 희미한 희망의 빛이 보인다는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과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이 장차 보수 재건의 토대가 될 것이라는 기대다. 뚝심의 이진숙과 비전의 윤희숙 조합이라면 암울한 보수 진영에 활력을 불어넣을 에너지원으로 충분하다는 평가다.
이 방통위원장을 보수 진영의 희망으로 띄운 건 이재명 정권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 위원장은 9일 국무회의 참석이 공식 배제되었다. 대통령실은 최근 감사원이 이 위원장에 대해 정치적 중립을 어겨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는 점을 배제 근거로 설명했으나 정치권에서는 이 위원장이 이 대통령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국무회의에서 방송 3법 관련 소신 발언을 한 것이 배경이라고 본다.
다른 설명도 있다. 송국건 정치평론가는 10일 이와 관련, "속사정이 있다"며 "이른바 3대 특검법 국무회의 의결 시 이 위원장이 ‘정치보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여 이 대통령이 불쾌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날 매일신문 유튜브 방송에 출연하여 이같이 말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각료 중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자신의 소신을 접고 이재명 정부와 호흡을 맞추었는가 하면 다른 장관들은 숨죽이고 있는데 유독 이 위원장만은 할 말을 하여 돋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재명 정권이 이 위원장을 띄웠다기보다는 이 위원장 스스로 할 말은 하며 민주당의 사퇴 압박에도 뚝심으로 버팀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부각하고 있다는 풀이다.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이 주목받고 있는 건 국민의힘이 위기 국면에 처한 가운데 송언석 비대위원장이 제안한 혁신위원장직을 수락했다는 점에서다.
국민의힘은 사실상 난파 직전의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최악의 지지율을 보이는 가운데 여당의 칼끝이 국민의힘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찬대 의원은 8일 내란범 사면·복권 제한, 내란범 배출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차단, 내란재판 전담 특별재판부 설치 등의 내용의 ‘내란특별법’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또 "‘제2의 5공 청문회’에 버금가는 ‘윤석열·김건희 내란 청문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내란특검법’이 발효되고 ‘윤석열·김건희 내란 청문회’가 현실화되면 윤 전 대통령 부부만이 아니라 국민의힘도 난도질당할 수밖에 없다.
박 의원은 국민의힘이 위헌정당이라는 혐의가 드러난다면 정당 해산 청구도 가능할 것이라고도 했다. 박 의원은 10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라디오에 출연해 "‘내란특별법’에선 정당 해산 언급은 하지 않았는데, 만약 국민의힘이 위헌정당인 게 분명히 드러난다면 기존 절차대로, 사례도 있지 않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국민의힘은 여당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9일 의원총회를 열었으나 위기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열띤 토론은커녕 하다못해 논란조차 없었고, 무력함과 자포자기 분위기가 회의장을 짓눌렀다.
이런 상황에서 ‘윤희숙 혁신위’가 출범했다. 윤 혁신위원장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기대보다 회의적 시각이 우세하다.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은 SBS라디오에 출연해 "혁신위로는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인적 쇄신을 말할 수밖에 없을 텐데, 그 청산 대상들이 똘똘 뭉쳐서 혁신위를 좌초시키거나 공격할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이른바 ‘친한(한동훈)계’ 진종오 의원과 국민의힘 박상수·송영훈 전 대변인은 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은 진정 혁신할 생각은 없고, 혁신위원회를 들러리 세워 혁신하는 척만 하려고 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윤 위원장에게서 희망을 찾는 사람들은 그가 확고한 철학과 비전, 거기서부터 나오는 아이디어로 당 재건의 실마리를 찾아낼 것이라고 기대한다.
윤 위원장도 혁신위원장직 수락 이유에 대해 "당이 너무나 어려운 상황 속에서 당의 새로운 힘을 만들어내는 일을 제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누군가는 해야 하는 역할인데, 당인으로서 당연히 그 일을 할 수 있는 아이디어나 구상이 있고 해내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재기 여부와 상관없이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윤희숙 위원장이 어느 시점에 가면 스타로 자리매김할 것이고, 두 여걸의 조합이 국민의힘 현역의원 전체를 압도할 만한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가 보수 진영에 실낱 같은 희망으로 자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