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희숙 혁신위원장 임명...좌초 위기 혁신위 재가동
"아래서 위로 에너지 흐르는 당 만들겠다"
국민의힘이 9일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을 혁신위원장으로 공식 임명하고, 좌초 위기에 몰렸던 당 쇄신 기구인 혁신위원회를 재가동하기로 했다. 안철수 의원의 전격 사퇴로 공백이 생긴 지 이틀 만의 조치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직후 브리핑에서 "윤희숙 원장을 혁신위원장으로,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장으로 각각 임명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송 위원장은 윤 위원장에 대해 "중도보수를 대표하는 경제통"이라며 "우리 당이 실패한 과거와 결별하고 수도권 민심에 다가가는 정책 전문 정당으로 거듭나는 데 혁신의 조타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혁신 대상이나 범위를 정하는 주체는 당원이어야 하며, 당원이 뜻을 표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혁신위의 사명"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정 개인이나 계파가 혁신의 주체가 되어선 안 된다"며 "당원 중심의 구조를 만들어야 당이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최근 안철수 의원이 지목했던 이른바 ‘쌍권’(권성동·권영세) 등 특정 인물에 대한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해선 "혁신위는 누구를 직접 겨냥해 칼을 휘두를 권한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당원들이 그렇게 판단하면 그럴 수 있다"면서도 "현재로선 당원의 뜻이 반영될 수 있는 구조가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윤 위원장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이 이뤄져야 성공할 수 있다"며 "재창당 수준의 혁신안을 마련할 계획이고, 이를 위해 전당원 투표도 두 차례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권 보장 여부를 묻는 질문엔 "혁신안을 낸 뒤 지도부가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지도부가 다 같이 망할 작정이 아니라면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안을 거부하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선은 안철수 의원의 혁신위원장직 전격 사퇴로 불거진 당내 혼선을 조기에 수습하려는 지도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안 의원은 지난 7일 취임 직후 ‘쌍권’ 인적 청산을 요구했지만 당 지도부가 이를 거부하자 즉각 사퇴하고 차기 당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대해 권영세·권성동 의원은 "오히려 안 의원이 개인 정치 목적을 위해 혁신위를 활용했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당내 갈등은 더욱 고조된 상황이다.
윤 위원장의 임기는 내달 31일까지다.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대표적인 ‘경제통’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복지정책 연구부장,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를 지냈고 제21대 총선에서는 서울 서초갑에서 당선된 바 있다.
혁신위는 이르면 10일 첫 회의를 열고 본격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며, 윤 위원장을 포함해 최형두 의원, 호준석 대변인, 이재성 여의도연구원 부원장, 배지환 수원시의원, 김효은 전 교육부 장관 정책보좌관 등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앞서 안 의원과 함께 사퇴한 송경택 서울시의원 자리는 배 의원이 새로 충원됐다.
혁신위가 당원 중심 구조 개편과 정책 쇄신이라는 두 축을 통해 당의 변화를 이끌 수 있을지, 아니면 내부 갈등의 불씨를 완전히 잠재우지 못한 채 다시 표류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