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딜'…"韓 방위비 年100억 달러 내라"

방위비 지렛대삼아 '관세 협상' 압박 韓, '美의 中 견제 동참' 등 빅딜 필요 한미 정상회담 겨냥해 협상력 장악 위한 고도 전술 분석 위성락 방미 중 압박...통상·안보 연계 '원스톱 쇼핑' 전략 文의 '안미경중' 폐기 공론화 등 철저 국익위한 접근 필요 中의 李대통령 전승절 초청 수락땐 트럼프 대응 예측불허

2025-07-09     정수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7100억원)까지 늘려야 한다"는 주장으로 한국을 향한 방위비 압박에 나섰다. 상호관세(25%) 부과 서한을 보낸 지 하루 만에 나온 이 압박은 사실상 한·미 정상회담 의제를 선점해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국익 중심의 실용주의 외교’를 표방한 이재명 정부의 외교력이 지난한 시험대에 올랐다. 대치 중인 미·중 관계에서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에 따라 한국의 국익이 크게 좌우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을 의미하는 안미경중(安美經中) 전략의 존속과 중국의 전승절 참석 여부를 놓고 고심하는 현 정부의 현명한 대처가 요구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내각회의에서 "한국은 많은 돈을 벌고 있다"며 "우리는 한국을 재건했고, 그곳에 머물렀다. 그런데 그들은 군사비로 매우 적은 금액을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사실상 무상으로 군사 지원을 제공했다"며 "나는 한국에 1년에 100억 달러를 내야 한다고 말했고 그들은 30억 달러(인상)에 동의했다. 그런데 조작된 선거(2020년 미국 대선)가 있었고, 우리는 논의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전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 한·미 정상회담 조기 개최에 공감대를 형성한 상황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열릴 정상회담에 앞서 한국에 무역과 안보에 걸친 ‘병합 청구서’를 발송하면서 자신의 ‘지렛대 파워’를 최대화한 것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아울러 통상과 안보 현안을 서로 연계하는 이른바 ‘원스톱 쇼핑’을 하겠다는 의중도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어쨌든 트럼프 대통령의 청구서가 나온 마당에 한국 정부로서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제12차 한미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을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원론적인 발언일 뿐이다. 12차 SMA에 따르면 2026년 방위비 분담금은 1조5192억 원 규모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대중(對中) 견제 전략인 ‘원 시어터(One Theater) 구상’에 한국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견제에 적극 동참함으로써 기존 상호관세율을 46%에서 20%까지 낮춘 베트남 사례와 트럼프 대통령의 ‘인정 욕구’를 공략해 이란의 핵 능력 약화를 달성한 이스라엘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는 것이다.

또한 문재인 정권 때 추진된 ‘안미경중’ 노선의 폐기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지만 한국 정부가 중국과 가까워지는 것을 꺼리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경제적 교류와 안보적 이해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결코 안미경중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중국이 이 대통령의 전승절 행사 참석을 제안한 상태에서 신중한 대처가 요구된다. 2015년 중국 전승절 행사 때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참석한 뒤 미국이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 과거 사례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혈맹인 한국이 패권 경쟁을 하는 중국에 기운 듯한 모습으로 비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예측하기 어려운 기질의 소유자로 독단적이고 무모한 결정도 서슴지 않는 스타일이다. 이래저래 한국 정부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