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줄여 주식 샀다"…가계 여윳돈 92.9조 증가 ‘역대 최대’

2025-07-08     채수종 기자
올해 1분기에 소비 둔화와 지출 감소 영향으로 가계 여윳돈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에서 직원이 5만원권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

올해 1분기 가계 여윳돈이 크게 늘어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초 상여금을 받아 소득이 늘어난 가운데 소비는 둔화했고, 아파트 입주 물량도 줄어 지출이 감소한 영향이다. 반면 해외 주식 등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운용한 자금은 석 달 전보다 3배 가까이 급증했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올해 1~3월 국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92조 9000억 원으로 전분기(62조 6000억 원)보다 30조 3000억 원 확대됐다. 이는 지난 2023년 1분기(92조 8000억 원) 기록을 뛰어넘는 규모로 통계 작성 이래 최대다. 순자금운용은 금융자산 거래액(자금운용)에서 금융부채 거래액(자금조달)을 뺀 값으로, 빌린 돈을 제외하고 실제로 굴린 여윳돈의 증가분을 의미한다.

1분기 가계는 금융기관 예치금(49조7000억원), 지분증권과 투자펀드(29조3000억원), 보험·연금(13조3000억원) 중심으로 금융자산 운용을 늘렸다. 특히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운용이 전분기(10조5000억원)의 약 3배로 급증했다. 이 중 비거주자 발행주식이 15조 8000억 원으로, 전분기(1조4000억원)를 매우 큰 폭으로 웃돌았다.

채권 운용 또한 전분기 2조 원에서 7조 1000억 원으로 확대됐다. 반면 가계의 자금조달은 8조 2000억 원에 그쳐 순자금운용 규모는 자연스레 커졌다.

가계 소득은 상여금 증가 등으로 전기 대비 2.6% 증가했지만, 민간소비는 1.4% 감소했고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도 줄며 실물 소비 여건은 둔화한 영향이 컸다.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도 전분기(11조7000억원) 대비 둔화한 9조 7000억 원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