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안철수 "당대표가 돼 메스가 아니라 직접 칼을 들겠다"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 내정됐던 안철수 의원이 7일 이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하며 당대표 선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의식불명 상태의 당을 살려낼 것이라면서 혁신위원장을 수락한 지 닷새만이다. 혁신위 인선과 혁신 방안 등을 놓고 당 비상대책위원회와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합의되지 않은 날치기 혁신위를 거부한다"며 "전당대회에 출마하겠다. 국민의힘 혁신 당대표가 되기 위해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12·3 계엄과 탄핵, 지난 대선의 참담한 실패를 거치며 우리 당은 끝없이 추락했다"며 "당을 위한 절박한 마음으로 혁신위원장 제의를 수락했지만 혁신위원장 내정자로서 혁신의 문을 열기도 전에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고 말했다.

중도층과 수도권, 청년 중심의 혁신위 구성과 12·3 계엄부터 대선 패배에 이르기까지 책임있는 인사들에 대한 인적 청산을 주장해온 안 의원이 이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송언석 비대위원장과 이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안 의원은 "최소한 2명에 대한 인적 청산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안 의원이 요구한 인적 청산은 탈당에 준하는 조치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혁신의 핵심은 인적 쇄신"이라면서 "지난 주말 2명에 대한 인적 쇄신안을 여러번 제안했지만 결국 받지 않겠다는 답을 들었다"며 "그렇다면 혁신위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인적 청산 대상으로 지목한 2명의 실명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지난 대선 기간 일종의 정치적 책임을 지는 자리에 계셨던 분들"이라고 밝혔다.

안 의원은 이날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메스가 아니라 직접 칼을 들겠다. 당대표가 돼 단호하고 강력한 혁신을 직접 추진하겠다"며 "당을 반드시 살려내고 이재명 정부의 폭주를 막아 내년 지방선거를 잘 치르고 다음 총선의 교두보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완전히 절연하고, 비상식과 불공정의 시대를 끝내겠다"며 "중도층, 수도권, 청년을 담기 위해서 윤석열 정부에서 바꿔버린 당헌·당규들을 복구시킴은 물론이며 정당을 시대에 맞게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는 "도려낼 것은 도려내고, 잘라낼 것은 과감히 잘라내겠다"며 "우리 당을 반드시 살려내고, 이재명 정부의 폭주를 막아 내년 지방선거를 잘 치르고 다음 총선의 교두보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며 " 말뿐인 혁신, 쇼에 불과한 혁신, 들러리 혁신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고 했다. 또 "진짜 혁신, 살아있는 혁신, 직접 행동하는 혁신 당대표가 되겠다"고 했다.

혁신위가 닻을 올리기도 전에 사실상 좌초하면서 국민의힘은 더 깊은 수렁에 빠지는 모습이다. 송 비대위원장은 "당혹스럽고 안타깝다"며 "백서를 통해 내용들이 정리되면 혁신위와 비대위에서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안 의원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2일 안 의원은 혁신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국민의힘은 악성 종양이 뼈와 골수까지 전이된 말기 환자의 모습"이라며 "집도가 필요한데도, 여전히 자연치유를 믿고 있다"고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