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어지는 저성장…"韓 잠재성장률 올해 사상 처음 1%대로 하락"
우리나라의 올해 잠재성장률이 사상 처음 1%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등 저성장 기조가 굳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잠재성장률을 1.9%로 추정했다. 작년 12월 분석 당시 2.0%보다 0.1%p 떨어졌다. OECD의 한국 잠재성장률 추정치가 2%에 못미치는 것은 처음이다. 노동·자본 등 생산요소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가동해도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등 경기 과열을 감수하지 않는 한 경제 성장률이 2%에 이를 수 없다는 뜻이다. 저출산·고령화·혁신부족 등 구조적 문제들이 겹친 탓이다. 경제 규모가 월등히 크고 성숙한 미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2%가 넘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 너무 빨리 식고 있다는 지적이다.
7일 한국은행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양부남 의원(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한국 포함 주요국 연도별 국내총생산(GDP)갭 현황’ 자료에 따르면 OECD 보고서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11년(3.8%) 이후 14년 동안 계속 하락했다. 특히 2022∼2024년 3년간 2.2% 수준을 유지하다가 올해 갑자기 0.3%포인트(p)나 급락했다. 주요 7개국(G7)의 올해 잠재성장률은 미국(2.1%), 캐나다(1.7%), 이탈리아(1.3%), 영국(1.2%), 프랑스(1.0%), 독일(0.5%), 일본(0.2%) 순이다. 한국은 세계 1위 경제 대국 미국에 2021년(미국 2.4%·한국 2.3%) 처음 뒤처진 이후 5년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 추세라면 한국은 조만간 다른 G7 국가들에도 역전을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 2021년과 비교해서 캐나다(1.5→1.7%), 이탈리아(1.0→1.3%), 영국(0.9→1.2%)은 오히려 잠재성장률이 반등했다.
한은은 작년 12월 발표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과 향후 전망’ 보고서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2024∼2026년 잠재성장률이 2% 수준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초반 5% 안팎에 달했다가 2010년대 연평균 3% 초·중반, 2016∼2020년 2% 중반으로 내려섰다.
실질GDP가 수 년째 잠재GDP에 못 미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4월 공개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GDP갭(격차)률은 2025년 마이너스 1.1%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2023년(-0.4%), 2024년(-0.3%) 3년간 마이너스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격차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GDP갭률은 잠재GDP와 비교해 현시점의 실질GDP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실질GDP에서 잠재GDP를 뺀 격차를 잠재GDP로 나눈 백분율 값이다. GDP갭률이 음수면 해당 기간 실질GDP가 잠재GDP를 밑돈다는 뜻이다. 생산 설비나 노동력 등 생산요소가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로 해석된다.
한은은 지난달 10일 ‘우리 경제의 빠른 기초체력 저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최근 30년간(1994∼2024년) 6%p나 떨어져 다른 나라와 비교해 하락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기업 투자환경 개선이나 혁신기업 육성을 통한 생산성 향상, 출산율 제고, 외국인력 활용 등을 통해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잠재성장률 하락세를 완화하거나 전환할 수 있다"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과감한 구조개혁으로 기초체력을 다시 다져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