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도 주님은 함께 계셨다”…러 반체제 인사의 마지막 고백

알렉세이 나발니 자서전 '패트리어트' 출간...신앙과 소명의식 재조명 “믿음은 삶을 단순하게 만든다”…감옥에서 드러난 하나님의 은혜 ‘내 일은 하나님의 나라를 구하는 것’…복음으로 두려움을 이긴 삶 “그는 푸틴의 희생자이자 진리를 말한 자”…유산으로 이어진 신앙

2025-07-02     곽성규 기자
국내에 거주 중인 러시아인들이 지난해 2월 29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앞 알렉산드로 푸시킨 동상에 마련된 알렉세이 나발니 추모공간에서 촛불 등 물품을 정리하고 있던 모습. /뉴스1

러시아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Alexei Navalny)의 자서전 '패트리어트(Patriot)'가 최근 문고판으로 출간되며, 그의 신앙과 정치적 소명의식이 전 세계적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2일 출판계에 따르면 이 책에는 나발니가 형무소에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기 전 하나님의 은혜가 고통 속에서 어떻게 그의 삶을 이끌었는지에 대한 진심 어린 고백이 담겼다. 

지난 2024년 2월 나발니가 세상을 떠난 이후 처음 공개된 이 책은, 단지 정치인의 회고록이 아니라 고난 가운데서도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하며 믿음을 지킨 한 성도의 증언으로 평가받고 있다.

책에 따르면 그는 감옥에서도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에 의지해 평안을 누렸으며, 그 믿음은 정치 활동과 일상 모두에 삶의 중심이 되는 힘이 됐다.

나발니는 책에서 “믿음은 삶을 단순하게 만든다. 신앙은 정치 활동뿐 아니라 삶 자체에서 큰 위안이 되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수감 중 예수님의 산상수훈(Sermon on the Mount)을 러시아어, 영어, 프랑스어, 라틴어로 암송하기 시작했으며, 이를 위해 대변인 키라가 만든 111장의 암송 카드를 감옥 안으로 들여오는 비밀 작전까지 감행했다.

그는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도전했다.

“자신을 위해 희생하고 다른 이들의 죗값을 치른 종교의 창시자를 따르는 제자인가? 영혼의 불멸을 믿는가? 그렇다면 더 이상 무엇을 두려워해야 하는가?”

이 고백은 그가 죽음을 앞두고도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담대히 섰음을 보여주는 증언으로 평가된다.

자서전의 말미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내 일은 하나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를 구하는 것이고, 그 외의 모든 일은 예수님과 그분의 가족에게 맡긴다. 그분들은 결코 나를 실망시키지 않으며, 내 모든 걱정을 해결해 주실 것이다. 여기 감옥에서는 그분들이 나 대신 맞아 주실 것.”

이 구절은 그가 하나님의 신실하심에 절대적으로 의지하며 끝까지 붙잡았던 복음의 진리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나발니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정부 고위층의 부패를 폭로하며 세계적인 반체제 인사로 알려져 있다. 그는 독극물 암살 시도와 혹독한 수감 생활을 겪었으며, 그의 반부패재단은 러시아 권력층의 부조리를 끊임없이 드러내 왔다.

2024년 2월 러시아 당국은 나발니가 “산책 중 쓰러져 사망했다”고 발표했지만, 국제사회와 지지자들은 타살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남편의 죽음 이후, 아내 율리야 나발나야(Yulia Navalnaya)는 그 뜻을 이어가고 있다. 2025년 초 영국 런던에서 열린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Truth Tellers)’ 컨퍼런스에서 그녀는 남편을 “푸틴의 희생자”로 명명하며 러시아의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를 촉구했다.

이 행사에는 로이터 편집장 알레산드라 갈로니, 더럼대학교 부총장 캐런 오브라이언, 언론인 티나 브라운 등이 참여했으며, 율리야는 “남편은 진리를 말한 사람이며, 그의 신앙과 용기야말로 우리가 오늘 따라야 할 진정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나발리의 자서전 '패트리어트'는 단지 한 정치인의 삶을 넘어, 고통 속에서도 하나님의 은혜와 정의를 놓지 않았던 나발니의 존재를 세계에 다시금 각인시키고 있다. 그의 삶과 고백은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복음의 용기와 소망, 그리고 진리를 향한 흔들림 없는 믿음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