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통탄 태국 총리, '전화 스캔들'에 퇴진 압박
훈센 캄보디아 상원의장과 통화중 자국군 험담해 취임 1년도 안 돼 지지율 9%대...쿠데타 가능성도
태국 역사상 최연소 총리이자 두 번째 여성 총리인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가 거센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6월 29일(이하 현지시간)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수도 방콕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패통탄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2023년 이후 최대 규모다. 수천명이 모여 태국 총리와 정권 내 주요 지도부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이번 시위는 패통탄 총리와 훈 센 캄보디아 상원의장의 통화 내용이 유출되면서 촉발됐다. 패통탄 총리는 이 통화에서 훈 의장을 ‘삼촌’이라고 부르며 저자세를 보이는가 하면, 태국과 캄보디아 간 국경 지역을 관할하는 자국군 사령관에 대해 "단지 멋있고 싶어서 소용없는 아무 말이나 한다"라며 깎아내리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38세인 패통탄 총리는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의 딸이다. 탁신 전 총리와 훈 의장은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수십년간 친분을 유지해오고 있다. 태국과 캄보디아는 프랑스의 캄보디아 점령 이후 생긴 국경을 중심으로 100년 이상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캄보디아가 태국산 제품, 영화·드라마 등의 수입을 금지하는 등 긴장 상태가 지속되던 가운데 지난 5월 말 태국-캄보디아 국경지대에서 캄보디아군이 사망하면서 양국은 10년래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이런 상황에서 총리가 사적인 친분을 앞세워 자국군을 비난한 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많은 태국 국민들은 친나왓 부녀가 훈 센 의장에게 조종당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전했다. 대중의 분노가 커지고 야권을 중심으로 퇴임 요구가 나오자 패통탄 총리는 "훈 의장과 더 이상 통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사과하면서도 "(이런 통화 방식은) 일종의 ‘협상 기법’이었다"고 밝혀 논란을 부추겼다. 거센 시위 분위기에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일부 외신은 이번 ‘전화 스캔들’이 태국 외교의 취약성을 건드린 만큼 쿠데타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패통탄 총리는 고모이자 태국 최초의 여성 총리인 잉락 친나왓에 이어 두 번째 여성 총리라는 기록을 세우며 지난해 10월 제31대 태국 총리로 취임했다. 그러나 부정적인 여론 분위기 속에 취임 1년이 채 되기도 전에 지지율이 9%대로 떨어지며 최대 정치 위기를 맞고 있다.
법적으로도 위기에 몰렸다. 태국 상원이 헌법재판소와 국가반부패위원회(NACC)에 총리 탄핵을 청원하면서다. 태국 헌법재판소는 빠르면 7월 1일 상원의 탄핵 심판 청원을 받아들일지 논의할 예정이다. 헌재가 심리에 나서기로 결정하면 총리 직무 정지를 명령할 수 있다. 패통탄 총리는 직무 정지 가능성에 대비해 문화부 장관을 겸직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가 총리 직무 정지 결정을 내려도 장관으로 내각에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