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고이즈미 농림상 활약에 아버지·형 언급↑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상, 차기 총리 선호도 1위 비축미 풀고 '작황지수' 폐지하면서 쌀값 안정화 잦은 언론 노출에 아버지 국정운영 소환되기도
자칭 ‘쌀 담당 장관’인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주목받으면서 가족에 대한 언급도 많아지고 있다.
17일 일본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최근 18세 이상 남녀 1027명을 상대로 전화 설문 조사한 결과 고이즈미 농림상은 20.7%의 응답을 얻어 ‘차기 총리로 적합한 인물’ 1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다카이치 사나에 의원(16.4%)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7.9%)가 그 뒤를 이었다. 70대 이상 응답자 30.6%가 고이즈미 농림상을 지지하는 등 적지 않은 호응을 얻었다는 설명이다. 이른바 ‘진반값 비축미’를 방출하고 쌀 생산 정책 재검토 등을 추진한 것이 인기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해부터 일본에서는 쌀값이 이례적인 수준으로 폭등하면서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지난달 5월 21일 취임한 고이즈미 농림상은 "정부 비축미 수의계약 등을 통해 쌀값 안정을 도모하겠다"라며 쌀 수급 불안 해소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실제로 취임 당일 비축미 공급과 관련,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방출하기로 하면서 ‘반값 쌀’ 판매를 관철시켰다.
여기다 최소시장접근물량(MMA) 주식용 쌀도 입찰 시점을 예년 대비 석 달 앞당긴 6월로 조정했다. MMA 쌀은 무역협정에 따라 매년 무관세로 약 77만t을 의무 수입하는 물량으로, 이 중 10만t가량은 주로 외식업체 등에 공급된다. 이번 1차 물량 입찰에서는 3만t을 조달하기로 해 추가 쌀값 안정에 도움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이즈미 농림상이 쌀값 안정과 관련해 언론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면서 가족과 함께 언급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고이즈미 농림상의 아버지는 2001년 4월부터 2006년 9월까지 일본 총리를 지낸 정치인 고이즈미 준이치로이고, 형 고이즈미 고타로는 일본에서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형과의 에피소드를 궁금해하거나 아버지 집권 당시 정책과 비교하는 식이다. 실제로 18일 한 방송에 출연한 고이즈미 농림상에게 진행자가 ‘어제는 형님이 출연해서 내일 (동생에게) 뭐든지 물어보라 했다’고 말하자 "형에게 얘기 들었다. 하루 늦게 출연해서 (형과) 만나지 않아 다행이다"라고 답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기도 했다.
다만 긍정적인 이미지로 공개되는 너무 잦은 언론 노출과 농림상 띄워주기가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간 문춘은 최근 보도를 통해 "고이즈미는 작년 가을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 당시에는 ‘젊고 정치 경험이 부족한 점’ 등이 불안하다며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라며 "최근 한 달간 나타난 언론의 보도 형태가 기괴하다"고 꼬집었다. 수의계약 건은 취임 이전부터 준비되던 일일텐데 신임 농림상의 치적인 양 포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의 빚을 갚아주는 아들’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고이즈미 농림상은 앞서 ‘작황지수’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작황지수는 1956년부터 매년 가을 표본 논을 대상으로 단위 면적당 벼 수확량을 점검해 발표하는 것으로 풍작과 흉작을 예측하는 지표로 활용돼왔다. 이번 쌀값 상승의 주요 배경으로 꼽히는 이상 기후가 변수로 떠오르면서 작황지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데다 인공위성 데이터나 인공지능(AI)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해 정밀도를 높이는 것이 좋겠다는 방침이다.
현지 언론인 니칸 겐다이는 "작황지수와 체감지수가 다르다는 현장의 불만을 받아들여 전통적 통계를 버린 모양새"라며 "작황지수 정확도가 떨어진 건 사실이지만 통계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사태가 왜 초래됐는지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2001년 출범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은 ‘국가공무원 개혁’을 명분으로 관공서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주요 타깃은 통계 부문 인력으로 농림수산성에서만 4000명 이상이 인력 감축 대상에 포함됐던 것으로 보인다. 니칸 겐다이는 전문가를 인용해 "보다 정확한 통계를 내기 위해서는 (고이즈미 농림상은) 근본적으로 인력 배치를 재검토해야 한다. 갑자기 작황지수를 폐지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고 전했다.
한편 이달 1일까지 일주일간 전국 슈퍼 1000곳에서 조사한 쌀 5㎏의 평균 가격은 4223엔(약 4만원)으로 전주보다 0.9% 내리며 2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1년 전 가격(2136엔)에 비하면 여전히 2배 높은 수준이어서 쌀값 안정이 본격화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고이즈미 농림상은 이에 대해 "비축미 방출로도 쌀값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지 않으면 쌀을 긴급히 수입하는 방안도 선택지로 고려할 수 있다"면서 "성역 없이 모든 것을 생각해 가격을 안정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