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살린 伊출신 CEO, 구찌 소유한 케링그룹 이적

르노 취임 5년 만에 주가 90% 상승 등에 기여 경영 위기 '빨간불' 케링그룹 구세주 될지 주목

2025-06-16     문은주 기자
지난 5월 27일(현지시간) 프랑스 디에프에서 열린 르노 신차 공개 행사에서 루카 데 메오 최고경영자(CEO)가 발표를 하고 있다. /AFP=연합

남다른 리더십으로 프랑스 자동차업체 르노의 실적을 끌어올렸던 루카 데 메오 최고경영자(CEO)가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명품 전문 그룹으로 이동하기로 해 또다시 실적 신화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15일(현지시간) CNBC,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르노 측은 "데 메오가 자동차 업계가 아닌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 위해 르노를 떠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명품 브랜드 구찌, 생 로랑, 발렌시아가 등을 보유한 프랑스 케링 그룹의 새로운 CEO가 될 것이라는 프랑스 현지 언론의 보도가 공개된 직후 나온 입장이다.

이탈리아 출신으로 올해 58세인 데 메오는 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에서 일하다 지난 2020년 르노로 자리를 옮겼다.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팬데믹 여파로 매출 감소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데 메오는 광범위한 경영 다이어트에 돌입하면서 흑자 전환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다 전기자동차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지난 20년간 맺어온 일본 자동차업체 닛산과의 관계를 재정비하는 등 전략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르노는 유럽 시장에 집중함으로써 미국 관세 정책에 따른 격변을 피할 수 있었다"라며 "경쟁사인 폭스바겐의 주가가 38% 하락하고 스텔란티스는 15% 상승하는 데 그친 반면 르노는 지난 5년간 약 90% 상승하며 실적 좋은 업체로 자리매김했다"고 진단했다. 데 메오가 케링 그룹으로 이적해 또 다른 불패 신화를 보여줄지 주목되는 이유다.

다수 명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케링 그룹은 프랑수아 앙리 피노 회장 겸 CEO가 지난 20년간 이끌고 있다. 줄곧 성장세를 이어 왔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효자 브랜드인 구찌의 매출 둔화 등에 영향을 받아 100억 유로(약 15조 7181억 원)가 넘는 부채를 떠안는 등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무리한 인수합병과 부동산 거래로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면서 케링의 주가는 지난 3년간 약 70% 빠졌다"고 전했다. 데 메오가 합류하면 CEO로서 경영을 맡고 피노 회장은 회장직을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르노 이사회는 "데 메오가 오는 7월 15일까지는 회사에 잔류할 예정"이라며 "새로운 CEO 선임 절차에 돌입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