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아픔을 기억하는 건 우리의 신앙입니다"

[인터뷰] 한이성경연구소 대표 송만석 장로

2025-06-04     최성주 기자
한이성경연구소 대표 송만석 장로. /최성주 기자

이스라엘의 회복을 위해 신앙의 눈으로 역사를 바라보고 그 아픔을 기억하고자 하는 뜻깊은 공간이 탄생했다. 파주 헤이리마을에 문을 연 국내 최초의 ‘홀로코스트 박물관’이다.

홀로코스트는 나치 독일에 의해 약 600만 명의 유대인이 학살된 비극적 사건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어두운 비극 중 하나인 홀로코스트를 기억하고, 이를 통해 이스라엘과의 신앙적 유대를 회복하겠다는 뜻을 담은 이 박물관은 한이성경연구소(KIBI) 대표 송만석 장로(84)의 40년 신앙 여정의 결실이다. 지난 2일 송 장로를 만나 박물관 설립의 배경과 그 의미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송 장로와의 일문일답.

Q. 한국 홀로코스트 박물관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이스라엘은 잘 알지만 참 모르는 나라입니다. 홀로코스트 역시 우리에게는 너무 생소한 이름입니다. 한국 홀로코스트 박물관은 예루살렘 ‘야드바쉠’(이스라엘의 홀로코스트 공식 추모 기념관)과 연계하여 실제 사진과 실물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대인들의 고통과 반유대주의의 뿌리를 탐구하며 수용소로 향하는 모형과 이송 기차를 통해 그 참혹한 역사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나치 독일이 저지른 유대인 학살의 참상을 알리는 것뿐 아니라 이스라엘이 어떻게 독립 국가로 발전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유대인들이 인류 문명에 끼친 지대한 공헌과 한국과 이스라엘 간의 특별한 관계, 6.25 전쟁 당시 유대인의 숨은 기여도 알리고자 합니다.

송만석 한이성경연구소 대표가 수용소 재현 모형 앞에서 홀로코스트의 역사적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최성주 기자

Q. 홀로코스트는 유대인의 비극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한국인이 이를 기억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요?

A. 우리는 홀로코스트에 직접 가담한 적은 없지만 기독교 역사 안에서 유대인을 배척하고 저주했던 일은 하나님을 전해준 서양 기독교인들이 저지른 죄이고 우리의 죄와 마찬가지입니다. 아울러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가 남긴 반유대주의적 저술이 나치의 사상에 인용됐던 역사적 사실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홀로코스트를 기억하는 것은 단순한 동정이 아니라 신앙의 본질을 회복하고 진실 앞에 서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를 바로 알고 하나님께서 택하신 이스라엘을 배척했던 죄를 회개하고 그 아픔을 함께 나누기 위한 우리의 신앙적 책임이라 생각합니다.

홀로코스트는 교회가 예수님의 형제들을 무참히 죽인 사건입니다. 교회는 더 이상 이러한 잘못을 반복해서는 안됩니다. 유대인들은 이 슬픔을 딛고 일어나 이스라엘을 회복했고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현재 이스라엘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러한 유대인들과 이스라엘의 회복을 통해 예수님의 말씀으로 다시 돌아가는 우리 기독교인들을 조명하며 대한민국에 주신 비전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Q. 개인적으로는 어떤 계기로 홀로코스트에 관심을 갖게 되셨습니까?

A. 젊은 시절 연세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할 때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회복시키신다는 메시지를 접하게 됐습니다. 이후 영어로 된 관련 서적을 읽으며 기존 기독교의 ‘대체신학’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게 됐고 성경을 다시 읽으면서 이스라엘 회복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2000년인 만 60세가 되던 해에 조기 은퇴를 결심하고 이후 오직 이스라엘 회복을 위한 연구와 활동을 하며 지금까지 섬기고 있습니다.

Q. 현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진행 중입니다. 이를 어떻게 보십니까?

A. 성경적으로 보면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주시겠다고 약속하신 땅이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회복은 성경의 예언 성취입니다. 1948년 대한민국과 더불어 이스라엘의 독립 국가 탄생은 세계 역사상 가장 큰 기적 중 하나이며 이는 우연이 아닌 하나님의 계획입니다. 정치적으로 보면 팔레스타인 과격파는 이스라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폭력을 일삼고 있지만 성경은 이스라엘 민족의 회복과 그 땅에 대한 약속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역사적 사실을 바로 알고 이스라엘을 향한 하나님의 뜻을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지난 2일 파주 한국 홀로코스트 박물관에서 송만석 한이성경연구소 대표가 박물관을 소개하고 있다. /최성주 기자

Q. 박물관 설립 과정에 어려움은 없으셨습니까? 그리고 헤이리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A. 박물관 설립은 쉽지 않은 과정이었습니다. 15년 전부터 준비했지만 재정적 어려움과 장소 확보 등 여러 난관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거대한 재단이나 대형교회의 지원 없이 오직 하나님을 믿는 마음으로 작은 힘들이 모여 완성됐습니다. 400여 명의 회원들이 십시일반 힘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헤이리마을에 적합한 장소를 구입하고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건축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헤이리는 공간이 넓고 상대적으로 부지 매입비용이 저렴했습니다. 무엇보다 ‘헤이’는 히브리어 알파벳으로 여호와 하나님의 이름을 나타냅니다. ‘이리’는 ‘마을’이라는 뜻이 있어 ‘하나님의 마을’이라는 신앙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곳에 박물관을 세운 것은 하나님의 인도였다고 믿습니다. 재정 마련을 위해서는 매월 3만 원씩 후원하는 500명의 회원 모집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홀로코스트의 피해자인 안네 프랑크가 숨어지낸 비밀의 방을 재현한 공간. /최성주 기자

Q. 한국교회가 홀로코스트를 기억하고 이스라엘을 바로 아는 데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A. 기독교인이라면 반드시 이스라엘을 바로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이스라엘을 통해 성경을 받았고 예수님도 유대인이셨습니다. 그러나 과거 기독교는 유대인을 박해했고 그 상처는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홀로코스트를 통해 우리는 과거의 죄를 직시하고 회개의 마음으로 이스라엘을 바라봐야 합니다. 이스라엘과 유대인을 향한 진정한 사랑은 성경을 바로 이해하고 신앙을 성숙시키는 길입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해외 일정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A. 6월 4일부터 13일까지 폴란드 아우슈비츠와 이스라엘 야드바쉠을 방문해 실물 자료를 수집하고, 전시관 콘텐츠 등을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한 미국 등지의 홀로코스트 박물관과 협력해 국제적인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한국교회 나아가 이스라엘과 세계교회에 이 사역을 알릴 계획입니다. 이 일에 한국 홀로코스트 박물관이 하나님의 큰 뜻을 이루는 귀한 통로가 되길 기도합니다. 지금이야말로 한국교회가 이스라엘을 바르게 이해하고 성경적 관점으로 지지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교육 공간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이 박물관이 진실을 분명히 말하고 올바른 역사교육을 실천할 다짐의 장소로 활용되길 기대합니다.

파주 헤이리마을에 설립된 한국 홀로코스트 박물관의 내부 전시 모습. /최성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