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반찬도 통제받는 북한...주민들 "사사로운 감시에 진절머리 난다"

최근 '인민반장' 통한 통제 강화 분위기...주민들 노골적으로 불만 드러내 주민세대 방문한 인민반장이 식탁에 차려진 쌀밥·고기반찬 보고 당국 신고 생일자라 차린것 뿐이었는데..."외부로부터 송금 받은 정황"으로 의심 받아 추궁당했으나 증거 없이 귀가...인민반장은 칭찬받고 감시 분위기는 심화 "밥상에 반찬 하나 잘못 올려도 의심받는 세상"...주민들 불만 최고조 폭발

2025-05-28     곽성규 기자
/챗GPT 생성 이미지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밥상에 올라온 반찬을 보고 송금 정황을 의심하는 등 각 세대에 대한 감시가 빈번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말단 행정조직의 수장인 '인민반장'을 통한 간섭과 통제가 강화되면서 주민들의 불만은 극도로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전문 매체인 <데일리NK>의 지난 26일 보도에 따르면  최근 북한 양강도  보천군에서 세외부담을 거두기 위해 한 주민 세대를 방문한 인민반장이 식탁에 차려진 음식들을 보고 외부에서 돈을 송금받았다고 의심하며 상부에 의심 신고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해당 세대는 아침 식사를 차리는 중이었는데, 식탁에 쌀밥과 돼지고기볶음 등 몇 가지 반찬이 올려져 있는 것을 보고 인민반장이 곧장 읍사무소에 가서 "요즘같이 힘든 시기에 저런 반찬은 좀 이상하다", "외부로부터 송금받은 정황으로 보인다"며 신고를 한 것.

사실 해당 세대는 그날 생일자가 있어 특별히 반찬에 신경을 써서 아침상을 차린 것 뿐이었다. 하지만 인민반장이 의심 신고를 하는 바람에 이들은 안전부 조사까지 받게 됐다. 밀수 등 불법 장사에 관여한 게 있는지, 외부와 연락한 게 있는지 등에 대해 철저하게 추궁당하게 됐다.

당국은 이들이 밀수나 외부와의 연락, 해외 송금 등 북한 당국이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행위를 했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자 결국 별다른 처분 없이 귀가 조치했다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주민 세대를 의심 신고한 인민반장은 당국으로부터 ‘일 잘하는 반장’이라는 받았고, 이 사건이 있은 후 보천군 일대에서는 인민반장들이 주민 세대들을 방문해 생활 수준이나 살림살이를 들여다보는 일이 더욱 빈번해 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실정에 북한 주민들은 "밥상에 반찬 하나 잘못 올려도 의심받는 세상"이라며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인민반장들의 행태에 대해서도 "사사로운 감시에 진절머리가 난다"며 비판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원래 인민반장을 반가워하지는 않았지만, 요즘은 인민반장들이 거들먹거리면서 ‘권력자’처럼 행동하는 거만한 태도가 두드러져 대놓고 불만을 드러내는 분위기라는 것.

지난 3월 평양에서 열린 '제3차 전국 인민반장 열성자 대회' 이후 이런 불만은 더욱 더 커지고 있다.인민반장들의 활발한 활동과 역할을 강조한 당시 대회를 계기로 인민반장들이 주민들을 더욱 거칠고 권위적으로 대하는 모습이 심해졌다는 제보가 잇따랐다.

<데일리NK>에 제보한 북한 내부 소식통은 "인민반장의 감시 권한이 일상 깊숙이 파고들면서 ‘이제는 국가보다 문 앞의 인민반장이 더 시끄럽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인민반장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며 "매일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 인민반장 같은 생활 단위 감시자들을 통해 긴장을 유발하는 방식은 국가가 내부 통제를 강화할 때 활용해 온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