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감독 파나히, 칸 황금종려상 수상..."중요한 건 자유"

수상 직후 인터뷰에서 "자유 위해 힘을 합치자" 강조 작품에서 이란 사회 비판해 '반체제' 혐의 수감되기도 세계 3대 영화제 최고상 석권...역대 다섯 번째 사례

2025-05-25     문은주 기자
24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8회 칸 영화제에서 이란의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 포토콜에 참석하고 있다. /UPI=연합

제78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란의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자유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24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에 따르면 파나히는 이날 수상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국내외에서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모든 이란 국민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하고 싶다"라며 "모든 문제와 차이를 제쳐두고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와 우리나라의 자유다. 힘을 합치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상은) 나를 위한 게 아니다. 지금 당장 활동할 수 없는 모든 이란 영화 제작자들을 위한 상"이라고 덧붙였다.

파나히는 이날 폐막한 칸 영화제에서 영화 ‘잇 워즈 저스트 언 액시던트’(It Was Just An Accident)로 최고 작품상에 해당하는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이 영화는 과거 정치범으로 수감됐던 한 남자가 감옥에서 자신을 괴롭힌 경찰과 닮은 사람을 마주친 뒤 복수할지 여부를 고민하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다. 파나히가 수감 생활을 하던 중 다른 수감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듣게 된 이란 정부의 폭력성과 잔혹성에서 영감을 받아 이 영화의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의 각종 사회·정치 문제를 주제로 작품을 선보인 탓에 반정부 시위, 반체제 선전 등을 이유로 수차례 체포됐던 파나히는 지난 2010년 20년간 영화 제작 금지와 출국 금지 처분을 받았으나 몰래 영화를 만들어 해외 영화제에 출품해 왔다. 이 영화는 2022년 재수감됐던 파나히가 2023년 2월 석방 요구 단식 투쟁을 벌인 끝에 보석으로 풀려난 뒤 처음 해외에 출품한 작품이기도 하다.

한편 지난 2000년 ‘써클’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2015년 ‘택시’로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은 파나히는 이번에 황금종려상까지 품에 안으면서 세계 3대 영화제 최고상을 모두 석권한 감독이 됐다. 프랑스의 앙리 조르주 클루조, 이탈리아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미국 로버트 앨트먼, 프랑스 장뤼크 고다르에 이어 역대 다섯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