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탈당으로 국힘은 뭘 얻었을까
이제 2주밖에 남지 않은 대선, 보수층에게 상황은 암담하기만 하다. 보수 후보인 김문수는 여론조사에서 단 한 번도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앞선 적이 없다.
최근 나온 한국갤럽 조사를 보자. 지난 13-15일 시행한 이 조사에서 이재명은 51%로 과반을 넘긴 반면, 김문수는 29%에 그쳤다(이준석 8%). 더 암담한 사실은 다음이다.
수도권에서 거의 더블스코어로 진 것도 모자라, 보수의 텃밭이라 할 TK에서마저 김문수 48%, 이재명 34%로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총선에서 승리했던 부산·경남에서는 이재명 41%, 김문수 39%로 박빙이지만 뒤지고 있다. 이 수치가 의미하는 것은 딱 하나, 김문수는 보수에서마저 의미있는 지지를 얻지 못하는 중이다.
선거 때마다 보수는 중도층을 언급한다. 중도층을 잡지 못하면 선거에서 진다는 것. 하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좌파와 보수를 오가며 투표한다는 소위 중도층 인사를 난 거의 보지 못했다. 이런 의문이 들 수 있겠다. 보수층은 보수에게 투표하고, 좌파는 좌파에게 투표한다면 선거운동은 왜 하는 것일까? 선거운동은 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한 구애, 연인이 프러포즈할 때 진심을 다하듯, 보수는 보수다운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더 많은 보수층이 투표하러 오게 만들어야 한다.
작금의 사태를 불러온 원흉인 2024년 총선을 보자. 당시 당대표였던 이재명은 남의 눈치 안 보고 자기 측근들에게 공천을 줬다. 예컨대 비명계 박용진은 현역 평가 하위 10%에 포함돼 경선 점수 30%를 날리는 바람에 친명 정봉주에게 밀려 공천에서 탈락했다. 민주당 패널 중 드물게 바른말을 하던 성치훈은 공개 오디션을 통과해 최종 후보 3인에 올랐지만, 말도 안되는 ‘성폭력 2차 가해’ 프레임으로 돌연 탈락했다. 그 자리는 오디션에서 탈락했던, 그리고 이재명의 대장동 변호사였던 김동아가 차지했다.
이런 일이 지역구 곳곳에서 일어났지만, 민주당은 신경쓰지 않았다. 폭력 전과가 두 차례나 있는 양문석은 딸을 이용한 불법대출 혐의가 선거 막판 드러났음에도 후보를 사퇴하는 대신 선거에 나가 국회의원이 됐다. 천안함 관련해 막말을 한 권칠승도 아무 문제 없이 공천됐고, 결국 당선됐다.
이랬던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이 일관되게 구애를 했던 대상은 소위 중도층이었다. 경선에서 이긴 도태우 후보가 컷오프된 게 대표적인 예. 일전에 유튜브에서 5·18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친윤계 청년정치인 장예찬은 20대 때 SNS에 쓴 말이 문제가 되자 신속히 사과했지만, 당 지도부는 그를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이런 조치가 과연 선거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선거에 악영향을 준 사건은 보수의 아성이라 할 의사들을 단체로 기권하게 만든 의대 증원 정책이었다. 이 기회를 재빨리 포착한 이준석은 ‘마이너스 3선 중진’에서 국회의원이 됐고, 지금 기호 4번을 달고 대선에서 뛰고 있다.
그런데 지금 국민의힘을 보면, 총선 참패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한덕수 전 총리와의 단일화 이벤트가 성사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국민의힘 후보가 김문수로 결정됐으면 그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보수층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게 맞다. 그런데 지지율 격차가 크다는 이유로 국민의힘이 한 선택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탈당 요구였다. "윤 전 대통령 탈당 선언은 중도층 공략을 위해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는 ‘절연’ 요구가 국민의힘 내부에서 분출한 결과다."
김문수가 일약 대선후보로 발돋움한 비결은 다른 국무위원들이 계엄을 사과한다며 기립했을 때 자리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윤통의 탈당은 참 아이러니하다. 이게 과연 집 나간 보수층의 마음을 돌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나이만 청년이지 행동은 전혀 청년스럽지 않은 이준석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도, 이낙연에게 손을 내밀었다 거절당한 것도 얼굴이 화끈거릴 일이다. 윤통 탈당에서 역할을 한 비대위원장 김용태가 과연 ‘보수정당’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인지도 난 회의적이다.
선거는 이기는 게 중요하긴 하다. 하지만 간도 쓸개도 다 내주면서 참패하는 것보다는, 져도 괜찮다는 각오로 다시 한번 보수의 깃발을 높게 드는 모습을 난 보고 싶다. 그렇게 했을 때 오히려 이길 가능성이 더 생기지 않겠는가? 선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