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사=대권무덤’ 공식, 이번엔 반드시 깨질 듯

'경기지사·국무총리·0선출신'은 대통령 될 수 없다는 공식 이인제·손학규·남경필, 경기지사 출신 유력주자 모두 낙마 이번 대선에서 '당선 유력' 김·이 후보 모두 경기지사 출신

2025-05-13     신지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오른쪽)와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역대 ‘대권 3불(不)’ 징크스 중 하나로 꼽히던 ‘경기도지사 출신은 대통령이 되지 못한다’는 속설이 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대선에서 당선이 유력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모두 경기도지사 출신이기 때문이다. 3불 징크스는 ‘경기지사·국무총리·국회0선’ 출신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내용이다.

경기도지사 출신 후보들이 대선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면서 ‘경기지사는 대권주자의 무덤’이라는 말도 생겼다. 이인제·손학규·남경필 등 이름있는 전직 경기도지사들이 본선 또는 경선에서 낙마했다. 지사 재직 당시 모두 유력한 대선주자 중 한 명으로 꼽혔지만 국민들의 최종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이러한 징크스에는 여러 분석이 있다. 경기도 인구는 대체로 서울보다 많았다. 그러나 면적이 크고 인구가 분산돼 경기도지사는 서울시장보다 상대적으로 언론의 주목을 못 받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

경기도지사 공관의 풍수지리 문제로 연결한 분석도 있다. 경기도지사 공관은 수원 팔달산 자락에 위치해 있다. 일부 풍수지리학자들은 이 부지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을 예언해 세간의 화제가 됐던 ‘법진’ 오경자 원장은 “그간 민선 1기 이인제 지사를 비롯해 남경필 지사까지 경기도백을 지낸 분들 중 제대로 풀린 사람이 없다”며 “풍수지리로 볼 때 팔달산 밑자락에 위치한 도지사 공관 터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는 2014년 도지사 공관을 시민에게 개방하고 자신은 별도로 마련한 용인의 한 아파트에 살았다. 이를 두고 징크스를 피하기 위함 아니냐는 농담 섞인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경기도지사 출신의 대권 도전은 지난 20대 대선에서도 주목받았다. 이재명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출마했으나, 검찰총장 출신이자 0선의 정치신인 윤석열 당시 후보가 당선됐다. 이로써 '0선 출신' 징크스는 깨졌으나 경기도지사 징크스는 이어졌다.

이번 제21대 대선에서는 김문수·이재명 후보 모두 경기도지사 출신으로, 징크스가 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김 후보는 32대33대 경기도지사를 역임하며 재선 도지사다. 김 후보가 당선된다면 ‘경기지사=무덤’ 이라는 공식은 더욱 강력히 깨진다.

한편, ‘국무총리 출신은 대통령이 되지 못한다’는 징크스는 이번에도 이어졌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여권의 지지를 받았으나, 8일 만에 사퇴했다. 이로써 국무총리 출신 대통령의 등장은 이번에도 무산됐다. 대표적인 총리 출신 대선 주자로는 김종필·이회창·황교안·이낙연 등이 있었다. 특히 이회창 후보는 대권에 3번 도전했으나 모두 고배를 마셨다. 황교안 후보는 이번 21대 대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낙연 전 총리는 이번 대선에 불출마 선언했다.

이번 대선에서 경기도지사 출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오랜 기간 이어져 온 ‘경기도지사 대권 징크스’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이러한 징크스는 대통령 직선제 이후 몇번의 선거를 거치며 만들어졌다. 그러나 직선제로 선출된 대통령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확률상 몇몇 법칙들이 깨진 것뿐이기도 하다.

두 후보 중 누가 당선 되든 징크스를 깨는 것 뿐만 아니라 정치 지형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