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민주가 공개한 '金·李 망언집'...누가 진짜 망언했나?

2025-05-13     강호빈 기자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에서 낸 ‘이재명 망언집’(좌)과 더불어민주당 선대위가 낸 ‘진짜 망언집’이다.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신속대응단은 11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과거 문제 발언을 정리한 자료집 ‘진짜 김문수 망언집’을 공개했다. 이는 앞서 국민의힘이 지난 3월 21일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발언을 모아 발표한 ‘이재명 망언집’에 대한 정치적 대응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후보의 발언을 문제 삼기 이전에, 오히려 각종 욕설 파문과 도를 넘는 언행으로 수차례 도마에 올랐던 이 후보 본인의 과거가 더 심각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민주당 중앙선대위 신속대응단은 이날 서울시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의 여성비하, 약자조롱, 역사왜곡, 노골적 차별발언, 막말로 점철된 갑질행태까지 문제가 심각하다"며 망언집을 소개했다.

‘진짜 김문수 망언집’은 총 42쪽 분량으로, △혐오와 차별 △극단정치 및 폭력 선동 △노동과 사회갈등 △역사왜곡 및 민주주의 갈등 △재난 사회적비극 희화화 등 5갈래로 나눠 김 후보의 33개 과거 발언을 담았다.

망언집에는 "노래도 소녀시대부터 시작해서 완전히 휩쓸고 있어...쭉쭉빵빵이야" "춘향전이 뭡니까? 변사또가 춘향이 따먹으려고 하는 거 아닙니까?" 등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공직자로서 적절하지 않은 언행들이 있다. 이는 김 후보의 과오고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발언집을 살펴보면 이것이 망언인가 의문을 가질 만한 발언들도 있었다. 민주당은 ‘노동과 사회갈등 막말’ 파트에 "잘나가는 기업은 감옥 갈 위험이 있다. 중대재해처벌법·노란봉투법 등 기업 하기 힘든 법을 바꿔줘야 한다"고 넣었다.

노란봉투법은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고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법으로, 2015년 처음 발의됐다. 이번 대선에서 이 후보가 내세우고 있는 공약 중 하나다. 그러나 이 법안은 노동자들의 파업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

민주당은 김 후보가 친기업적인 기조를 띈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본인들과 경제 가치관이 다르니 망언이라 규정한 것이다.

또 "이 민주적이고 위대한 나라를 히틀러, 김정은, 스탈린, 시진핑의 나라보다 더 못한 나라로 끌고 가려고 한다"는 발언을 ‘극단정치 및 폭력 선동’ 분야에 담았다.

김 후보의 이 발언은 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주장이 나오자 한 것이었다.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의 체제를 흔드니 그들의 행태를 독재자들에 비유한 것이다.

정치권 사정에 정통한 전문가는 "이 발언이 ‘극단정치’ 선동에 해당한다는 것은 민주당의 사상이 의심스럽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후보가 대선 후보 등록을 한 당일 민주당이 망언집을 낸 것에 대해 "‘형수 막말 논란’ 등으로 각인된 이재명의 막말 프레임을 벗어내려는 의도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조용술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대변인도 "민주당은 상대를 희화화하며 ‘망언집’을 만들 시간에, 아버지 이재명의 망언과 변론 전력부터 돌아봐야 한다"며 "‘극단적 막말, 살인범 감형 시도, 국민 기만’ 등 이 모든 것이 이재명 후보의 실체다. 남을 비난하기 전에 제 집안 단속부터 하라"고 촉구했다.

본지 기자는 국민의힘이 지난 3월 21일 공개한 ‘이재명 망언집’을 다시 살펴봤다. 이 망언집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이하 명칭 생략)의 경제·복지·노동·법치·막말 등 10개의 분야를 나눠 138개 과거발언을 담았다. 이 가운데 ‘막말’로 분류된 일부 발언들을 중심으로 그 내용을 발췌해 소개한다.

▶"법률해석은 범죄자가 아니라 판검사가 하는 겁니다. ㅉㅉ"

이재명은 2016년 10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연설문 유출이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청와대 입장을 비판하려고 SNS에 이 발언을 올렸다.

그의 말은 부메랑처럼 돌아와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파기환송하자 민주당은 "명백한 사법부의 정치개입" "조희대 대법원관을 탄핵하라" 등을 주장하며 조희대 대법원장을 탄핵하려고 한다.

이재명 역시 판결 직후 "생각과 전혀 다른 판결"이라고 말했다. 9년 전의 자신의 발언을 떠올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세상에 어떤 대통령 후보가 정치 보복을 공헌하느냐, 하고 싶어도 꼭 숨겨놓았다가 나중에 몰래 하지"

제20대 대선 유세 당시 이재명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관련 정치보복 논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 당시 정치계에선 간접적으로 본인의 야욕과 의도를 드러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선 ‘향후 정치 보복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정치 보복은 있어서도 안 되고, 해서도 안 되고, 그 단어조차 없어져야 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오피스 누나? 제목이 확 끄는데요?"

이재명은 2021년 11월 3일 ‘만화의 날’을 맞아 경기도 부천시 부천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웹툰 스튜디오에 방문해 전시실을 구경하던 중 ‘오피스 누나 이야기’라는 제목의 작품 액자 옆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자 업체 관계자가 "성인물은 아닙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 후보는 다음 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선정성이 있는 게 아니냐는 취지로 말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저는 음주운전 경력자보다 초보운전 경력자가 더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재명은 2021년 11월 10일에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이같이 발언했다. 이는 이전에 안철수 의원이 "지금 국민은 음주운전자와 초보운전자 중 한 사람을 뽑으라는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한 답변이다.

이재명은 음주운전으로 2004년 5월 1일 경기 분당경찰서에 입건된 바 있다. 이재명 측은 "발언의 취지는 ‘음주운전 경력자와 초보운전 경력자 중 실수할 위험 가능성이 더 많은 사람은 초보운전’이란 뜻"이라며 "음주운전보다 초보운전이 더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