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이기려면 좌파 벤치마킹하라
"우리가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가만히 있으면 상대방이 자빠진다. 그러면 우리가 이긴다." 이재명 대표가 5월 10일, 경남 창녕을 갔을 때 한 말이다. 그간 이재명의 워딩이 기사화될 때마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비판해 왔지만, 저 말에는 반박할 수 없었다. 지금 국민의힘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워낙 기가 막혀서다.
단일화를 놓고 김문수파와 한덕수파가 싸움질하던 와중에, 덕수파가 김문수의 후보 자격을 박탈해 버렸다. 한덕수 추대안이 당원투표에서 부결돼 다시 김문수가 후보가 됐지만, 앞으로 또 무슨 황당한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최근 몇 달간 시행된 여론조사에서 이재명은 단 한 번도 1위를 뺏기지 않았다. 5월 10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55.4%로, 한덕수(19.9%)와 김문수(12.3%)를 크게 앞섰다. 똘똘 뭉쳐 이재명에게 맞서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 그런데 경선 이전 단일화를 약속했던 두 후보끼리 난타전을 펼쳤으니 그저 참담할 수밖에. 주변 보수 지지자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한다. ‘보수로 산다는 게 이렇게 어렵구나.’
좌파는 보수에 비해 태생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보수는 땀 흘려 돈 벌자는 지극히 상식적인 주장을 하지만, 좌파는 남이 번 것을 뺏어서 나눠 갖자고 주장한다. 물론 후자에 혹하는 이도 얼마든지 있겠지만, 대놓고 그런 주장을 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런데도 좌파가 우리 사회 거의 모든 분야를 장악하게 된 비결은 다음 세 가지다.
첫째, 좌파는 잔인하다. 상대가 위기에 몰렸을 때 보수는 ‘이 정도면 됐다’고 방심하는 반면, 좌파는 더 사납게 물어뜯는다. 윤 전 대통령이 집권 후 3년이 지나도록 이재명을 처벌하지 못했고, 문재인 단죄는 시작조차 못 한 것과 달리, 민주당은 대통령 파면 이후에도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29번의 탄핵 발의로 비판을 받았음에도 개의치 않고 탄핵의 칼을 휘두르는 게 그 하나다.
최상목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해 자진 사퇴하게 만들었고, 윤통의 구속취소를 이유로 심우정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했다. 공수처는 ‘채상병 사건 외압을 빌미로 대통령실·안보실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며칠 전에는 ‘김건희· 명태균 특검법’과 ’내란 특검법‘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는데, 이런 집요함을 보고 있노라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둘째, 좌파는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보수는 국민 눈치를 본답시고 두 번이나 자당 대통령을 탄핵시키는 데 협조했지만, 좌파는 자기 보스를 지킨답시고 진흙탕 싸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재명을 위해 발의했던 수많은 법안이 그 예. 민주당은 공직선거법 1심을 앞둔 작년 11월에는 허위사실공표죄를 삭제하고 당선 무효 및 피선거권 박탈 기준을 벌금 100만 원 이상에서 1000만 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5월 7일에는 허위사실공표죄 조항을 입맛대로 고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해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비슷한 시기 ‘대통령이 된 뒤에는 형사재판을 정지시키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는데, 이 법안의 하이라이트는 다음 예외조항이다. ‘다만, 피고 사건에 대하여 무죄·면소·형의 면제 또는 공소기각의 선고를 할 때는 재판을 계속할 수 있다.’ 무죄선고를 할 때만 재판을 허락해준다는 것, 과연 보수가 이런 짓을 할 수 있을까? 없다. 품격을 들먹이며 ‘우리는 쟤들과 달라야 한다’며 점잔을 빼는 이가 바로 보수 정치인이니까.
세 번째, 좌파는 분열하지 않는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행으로 사망했을 때 좌파들은 그를 추모하기 바빴다. 심지어 성범죄에 민감한 여성단체들마저 비슷한 행태를 보였는데, 이런 현상은 윤미향과 정의연 사태에서도 반복됐다. 이런 사례는 차고 넘치는데, 이재명에 관한 공직선거법 대법원 판결 때 민주당 내 법조인들마저 입을 모아 대법원을 욕한 것도 좌파들의 단합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보수는 약간의 의견 차이로도 내부분열을 일으킨다.
위에서 보수는 점잔을 빼느라 개싸움을 안한다고 했지만, 그건 좌파와의 싸움 때나 그럴 뿐, 자기들끼리 싸울 때는 밑바닥까지 내려가서 추한 개싸움을 벌인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건, 바로 이 개싸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