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직원 "워킹홀리데이 떠나도 돈 주는 실업급여, 대표 세금 낭비"
서울의 한 고용센터에서 근무하는 고용노동부 9급 직원이 현행 실업급여제도는 오히려 젊은 세대의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현행 실업급여는 구직 활동을 열심히 하지 않아도, 해외에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도 지급한다.
한국경제는 지난 23일 서울관악고용센터에서 근무하는 9급 공무원 김시형 주무관의 인터뷰를 전했다. 20대인 김시형 주무관은 근무 1년 만에 실업급여 1만 2345건을 인정받게 만들어 포상금까지 받을 정도로 열심히 근무 중인 청년 공무원이다.
김시형 주무관은 신문과 인터뷰에서 "구직 활동 중에 해외여행을 가도, 온라인 취업 특강 하나만 들어도 9급 공무원 월급만큼의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며 "이런 게 대표적인 세금낭비 아니냐"고 일갈했다.
김 주무관은 이달 초 고용노동부 직원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서도 실업급여제도를 비판했다. 그는 워킹 홀리데이 등으로 해외에 취업한 사람이 실업급여를 받고 있다며 이런 제도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주무관은 "현지 취업 후에도 취업 신고를 하지 않고 실업급여를 받아도 확인할 길이 없다"며 "실업 인정 업무 중 가장 유명무실한 제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고용노동부의 실업인정 기준 개선안도 비판했다. 고용노동부는 반복해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에게는 ‘재취업 활동계획서 수립’을 의무화하고 고용센터에 의무적으로 출석하도록 했다.
이를 두고 김 주무관은 "인증서류 한 장 더 제출한다고 반복 수급이 사라질 수 없다. 현장에서 증빙 자료를 제출해 달라는 지시에 강하게 반발하고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는 개선안이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주무관은 "인력 충원, 인프라 보충 등 근본적인 대책 없이 실업급여 담당자에게 재취업 활동 계획 수립까지 도우라는 것은 전문성과 인력 낭비"라며 "수사권도 없는 담당자가 하루 100명도 넘는 신청자의 구직활동을 일일이 감독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주무관은 "과연 실업인정 기준을 강화한다고 수급자가 줄겠냐"며 "가장 쉽게 수급자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인정 기준’ 강화가 아니라 ‘수급자격 강화’다. 더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실업급여 액수를 줄이고, 지급 일수도 단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실업급여는 실직자 나이와 고용보험 가입 기간에 따라 120~270일 동안 받는다. 문제는 횟수에 제한이 없어 편법으로 취업과 실직을 반복해 받아가는 부정수급자가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특히 외국인 가운데 중국인 부정수급 문제는 언론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했다.
지난 16일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데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실업급여를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은 20회에 걸쳐 9661만 원을 받았다. 또한 지난해 9월 김수희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 실업급여를 가장 많이 받은 외국인은 10회에 걸쳐 4905만 원을 받았다. 중국 SNS에서는 최근 우리나라에 와서 실업급여를 부정 수급하는 방법까지 공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