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통신사 전시회, 한일 교류·협력 다리 됐으면"
'특별전' 해외협력·자문위원 맡은 신이화 씨 "부친, 사재 털어 조선통신사 관련 자료 모아" "조선통신사의 매력은 한일 간 공유 정신"
재일 교포 사학자인 고(故) 신기수 선생의 둘째 딸인 신이화 씨가 최근 일본에서 한국을 찾았다. 오는 25일부터 6월 29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조선통신사 특별전’의 해외협력·자문위원을 맡으면서다.
신 씨는 2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년 전 박물관 측에 조선통신사 전시가 꼭 열렸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었다"면서 "언젠가 한국에서 조선통신사를 제대로 조명하고 젊은 세대와도 이를 공유하고 싶었는데 목표를 이루게 됐다"고 말했다.
신 씨에게 이번 전시회가 더 특별한 것은 아버지인 신기수 선생의 조선통신사에 대한 애정을 나눌 수 있어서다. 신 선생은 사재를 털어 조선통신사 관련 자료를 수집하면서 조선통신사 연구를 개척했다. 한국과 일본이 ‘성신교린’(誠信交隣·성실과 믿음으로 서로 교류한다)의 정신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는 사실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해서였다.
이에 대해 신 씨는 "아버지께서 조선통신사 관련 자료를 구하시면 늘 집으로 가져오셔서 한국인, 일본인을 막론하고 많은 손님과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누셨다"라며 "데면데면하던 손님들도 이 자료를 앞에 두고 머리를 맞대다 보면 어느새 긴장이 풀려 친해지곤 했다"라고 돌아봤다.
다수의 책을 저술하기도 했던 신 선생이 1979년 만든 기록 영화 ‘에도시대의 조선통신사’는 일본에서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조선통신사를 알리고 있는 신 씨는 "묻힌 역사였던 조선통신사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나중에는 일본 역사 교과서에도 조선통신사가 언급됐다"라며 "중학교 교감 선생님이 나를 불러 ‘너희 아버지가 역사 교과서를 바꿨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고 설명했다.
조선통신사 특별전 ‘마음의 사귐, 여운이 물결처럼’에는 일본 에도도쿄박물관과 오사카 역사박물관, 국사편찬위원회의 협력으로 양국이 소장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 유물 128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신기수 선생이 수집한 유물도 포함돼 있다. 생전 오사카역사박물관에 기증한 ‘신기수 컬렉션’ 140점 중 28점과 가족이 소장 중인 유물 2점 등 30점이 관객을 만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조선통신사를 연구하던 아버지의 마음이 관람객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한다는 것이 신 씨의 바람이다. 신 씨는 "내 것, 네 것을 가르기보다 교류하고 공유하는 정신, 그게 조선통신사의 매력 같다"라며 "이번에 전시되는 유물들이 과거와 같이 현재에서도 교류와 협력의 다리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