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우클릭 공약 믿을 수 있나...반시장·반기업 법안 포기 선언해야
이재명 민주당 예비후보의 우클릭이 본격화하고 있다. 핵심은 경제 부문.
지난 16일 출범한 이 후보의 대선 캠프의 싱크탱크 ‘성장과 통합’이 제시한 정책 방향과 이 조직 대표의 설명은 이 후보자가 확실하게 우클릭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날 출범식에서 ‘성장과 포용’은 제조업 AI 대전환과 에너지 공급망 혁신을 양대 축으로 하되, 34개 분과로 정책을 세분화해 산업 경쟁력을 육성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구상을 발표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장 출신인 유종일 상임공동대표는 "제조업을 혁신해야 성장 동력을 회복할 수 있다"며 "AI 대전환을 전 산업에 접목해 생산성을 높이면, 성장 과정에서 더 많은 기회를 만들고 그 과실을 분배하는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유 대표는 ‘중도층 견인’ 핵심으로 꼽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시장원리에 어긋나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시장과 맞서 싸우는 정책은 좋은 의도로 하더라도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장의 원리를 강조한 유 대표의 말만 들으면 ‘성장과 통합’은 좌파가 아닌 보수우파 싱크탱크로 보인다. 그래서 정가에서는 중도층은 물론 일부 보수층까지 끌어들일 수 있을 만큼 파괴력이 크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경제계, 특히 기업 관계자들은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못한다. 이 후보자와 더불어민주당이 엇박자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 관계자는 17일 "민주당이 지금까지 보여 온 것이나 지금 하는 행태로 보아 이 후보자의 공약이나 비전 발표를 신뢰할 수 없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민주당이 정부로부터 재의를 요구받은 상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 재표결을 추진하기로 한 점을 지적하며 "경제계가 그토록 간절하게 호소했음에도 민주당이 저토록 강경한 자세로 일관하니 이 후보자를 믿을 수 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사실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 5단체는 그동안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이 기업의 장기 투자를 위축시킬 거라며 반대해 왔다.
그는 또 "불법파업을 조장할 우려가 커 정부가 거듭 재의요구권(거부권)을 발동했는데도 민주당이 재발의해 온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제2, 3조 개정안)’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지 않는 이상 이 후보자의 경제성장 공약은 경제계의 우려와 의심을 불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노란봉투법’은 직접 거래 당사자가 아닌 하청 근로자가 원청업체를 대상으로 쟁의행위를 할 수 있게 하되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 청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지금 민노총이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를 위해 계속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는데 민주당이 과연 민노총과 대립하며 거부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경제계가 이처럼 이 후보자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은 ‘성장과 통합’이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라 정책 자문을 하는 조직이어서 공약을 개발해도 민주당이 정책위를 거쳐 당의 정책으로 받아들여야 실효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 후보자가 AI를 강조하는데도 연구개발 부문의 주 52시간 근로 예외 도입을 거부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성장과 통합’의 공약 개발이 자칫 대선 득표용으로 기능하는 데 그칠 소지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경제계와 정가의 지적이다.
정부가 지난 15일 통상 환경 변화 대응과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 재난·재해 대응, 민생 지원을 위한 ‘필수 추가경정예산안’을 당초 계획보다 약 2조 원 늘린 12조 원대로 편성하겠다며 국회의 협조와 처리를 호소했지만, 민주당이 정부의 추경안 규모가 부족하다며 국회 처리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 점도 이 후보자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고 있다.
이 후보자가 여전히 돈 뿌리기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다는 이야기다. 이 후보자가 사실상 민주당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처사가 이 후보자의 의중과 별개라고 믿을 수 없다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이 후보자가 직접 민주당의 엇박자를 교정하지 않는 한 그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