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 '권력·지위 세습' 혈안...중국식 공산주의 봉건제 꿈꿔

[좌익 운동권 출신들 '소시오패스'와 유사] ③ "내 핏줄은 특별"…봉건계급사회 꿈꾸는 좌익

2025-04-15     전경웅 기자
2019년 8월 조국 사태 당시 가재, 개구리 가면을 착용한 대학생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들은 ‘공정사회를 위한 대학생 모임’ 소속이다. 조국은 트위터에 "가재, 붕어, 개구리가 굳이 용이 될 필요는 없다"는 요지의 글을 올린 바 있다. /연합

좌익 운동권 출신은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 시대적 상황에다 정치권의 압력과 협잡 덕분에 운 좋게 사회적·경제적 성취를 이뤘다. 하지만 30대 때부터 이런 생활에 젖어 살아온 이들은 자신들의 ‘핏줄’이 대단히 특별하다고 착각하고 있다. 이런 착각을 ‘사실’이라 주장하면서 자녀들을 위한 세상을 만들려 하고 있다. 바로 권력과 지위를 세습하는 봉건적 계급사회다.

◇ 선배들은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건만...산업화 세대 축출한 운동권 세대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 접한 86 운동권 출신들은 스스로에 대해서는 과대평가를 하는 반면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과소평가와 폄하를 했다. 그 피해자는 산업화 세대와 2030세대다.

산업화 세대는 매우 힘든 인생을 살았다. 일제시대와 해방 후 혼돈기, 6.25전쟁을 겪으며 나라를 폐허에서 되살린 1920년~1930년대 초반생, 청소년기나 아동 시기 전쟁을 겪은 뒤 선배들과 함께 경제발전을 이루며, 베트남 참전, 중동 건설 현장에서 외화획득에 나섰던 1930년대 중반~1940년대 생들 산업화 세대다.

이들은 또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 후반까지 태어난 자녀를 둔 세대다. 산업화 세대는 국가적 상황, 사회적 환경 때문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들은 본인이 고등교육을 못 받았다고 해도 자녀들은 어떻게든 교육을 시키려는 열망이 강했다. 하지만 구한말과 일제시대의 영향이 남아 있던 탓에 주로 아들, 특히 장남 위주로 교육을 시켰다.

대학에 입학한 것은 그 중에서도 상위 20~30%에 불과했다. 여기다 당시 대학 교수들은 일제 시절 대학을 다녔거나 해외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이 많았다. 이들은 학생들에게 큰 기대를 걸면서 "여러분이 나라의 미래"라는 말을 최면을 걸 듯 거듭 되뇌었다. 사회에서도 대학생을 우대했다.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사람들은 대학생을 동경했고, 기업과 자영업자들은 대학생들 우대했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없기 때문에 사람을 키워야 한다"는 게 국민적 생각이었다.

86 운동권 출신들은 이런 가정문화와 교육환경 속에 자라면서 가부장적 정신을 물려받음과 함께 사회적 대우를 받으며 스스로가 특별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런 생각은 이후 외환위기를 거친 뒤 초고속 승진과 정계 진출 등을 거치며 스스로를 특권층으로 생각하게 되는 바탕이 된다. 언론계나 학계 등에서는 86 운동권 출신을 중심으로 기성세대를 다양한 방식으로 축출한 뒤 자신들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모든 세대에게 강요했다.

1970년대 초반생은 외환위기를 뚫고 사회 진출을 해도 86 운동권 출신 눈 밖에 나면 사실상 매장 당했다. 당시는 취업에 나이 제한이 있었다. 생존을 위해 86 운동권 출신에게 야합한 70년대 생도 많았고, 86 운동권 출신과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도 많았다. 대학에서 공부는 하지 않고 놀면서 떼로 몰려다니던 70년대 출생 운동권들은 86 운동권과 ‘코드’가 잘 맞았다.

86 운동권과 70년대 운동권 출신은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사회적으로 승승장구 했다. 그런데 이들에게 고민이 생겼다. 자녀들이 대학에 들어갈 때가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 2002년 도입한 대입 수시모집...‘공교육’ 무너뜨리고 ‘사교육’ 키워

86 운동권 출신들은 노무현 정권이 들어선 뒤 학생 인원을 계속 강조하는 한편 수능시험 같은 천편일률적인 시험으로 대학에 입학하는 것은 비인도적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런 주장은 처음 학계에서 시작해 점차 언론, 정치권으로 번졌다. 사교육계도 여기에 일조했다.

지금도 논란인 입학사정관제는 2008년부터 시행했다. 하지만 계획은 노무현 정권 때인 2004년 세운 것이었다. 김대중 정권 때인 1999년 이해찬 당시 교육부 장관의 강력한 드라이브로 시행한 수시입학제도에다 입학사정관제가 맞물리면서 대입시험은 기이한 형태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초·중·고교에서 학과 공부보다 학교와는 무관한 별의별 공부를 하는 일이 일반화됐다.

수시모집을 바탕으로 한 입학사정관제는 공교육 붕괴와 함께 사교육 팽창을 불러왔다. 또한 수준 이하 학생들이 명문대에 진학할 길을 터줬다. 조작한 대외활동 경력으로 대학에 합격하는 건 물론 정체불명의 단체에서 수상한 경력으로 대학에 합격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심지어 집단 성폭행 가해자가 봉사활동 경력을 부풀려 서울 수위권 대학에 입학하기도 했다.

이런 문제가 지속되는 데도 수시입학 및 입학사정관제는 계속됐다. 그 결과 수능시험을 쳐서 대학에 입학하는 정시 비율은 점점 줄어들었다. 돈을 들이거나 ‘인맥’을 쓰는 편법을 쓰면 쉽게 명문대에 입학하는데 굳이 공부할 필요가 있느냐는 학부모들이 늘었다. 진학사 발표에 따르면, 2002년 71.2%였던 정시 비율은 2020년 22.7%로 줄었다. 반면 같은 시기 수시 비율은 28.8%에서 77.3%로 급등했다. 특히 수도권 대학은 대부분 수시모집을 통해 신입생을 받았다.

여기다 수시 모집을 통해 시행한 정원외 특별전형은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들의 학습 의욕을 더욱 떨어뜨렸다. 농어촌 특별전형, 재외국민특별전형, 기회균등특별전형, 특성화고졸재직자전형 등을 비롯해 별의별 특별전형이 생기면서 편법도 함께 생겼다.

휴대전화 요금만큼이나 복잡한 대입제도의 빈틈을 노리고 벌어진 일이 바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그의 딸 조민 씨의 부정입학 논란이다. 2019년 8월 조국 당시 대통령실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된 뒤 그의 딸이 고려대 입학과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당시 부정한 방법을 썼다는 의혹이다. 해당 사건은 이후 검찰 수사와 재판을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

◇ 조국의 ‘가붕개’ 이야기, 실은 "우리는 너희 평민과 피가 달라"라는 뜻

당시 조국 일가와 지인들, 그의 지지자들이 보인 반응은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대입시험에서 그 정도로 스펙을 바꾼 것이 무슨 부정입학이냐는 주장이 적지 않았다. 이는 2012년 조국 전 대표가 트위터(현 X)에 올린 글과 맞물려 사람들을 분노하게 했다. 조 전 대표는 당시 "개천에서 가재, 붕어, 개구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적었다. 이 글이 그의 딸 문제와 엮이자 ‘계급주의자’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조 전 대표만 그런 게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에도 계급주의적 행태를 보이는 86 운동권 출신 의원이 적지 않다. 일부는 이미 정치 세습 조짐도 보인다. 세습 정치인은 과거 박정희 정부 당시 정치인 사례로 비난 받았음에도 86 운동권 출신은 세습에 욕심을 보이고 있다. 그들의 선배격인 YS·DJ계 정치인들의 세습 정치 성공 사례를 ‘관례’로 내세운다.

86 운동권 출신은 외환위기와 김대중 정권이 아니었다면 사회적으로 낙오했을 자신들이 기사회생한 게 정치와 제도 덕분임을 안다. 때문에 이제는 자녀들에게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세습해주기 위해 이상한 법률과 제도를 만들려고 혈안이다. 특히 내각제 개헌은 이들 주장의 백미다. 이들은 입으로는 ‘유럽식 내각제’를 외치지만 실제로 원하는 건 ‘세습이 가능한 일본 자민당식 지배체제’다. 그보다 중국식 공산주의 봉건제야말로 86 운동권 출신이 원하는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