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 발표한 '비전'...알맹이 없는 말의 성찬에 불과"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비전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전 대표가 발표한 비전은 ‘말의 성찬’만 있을 뿐 ‘알맹이’는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간 경제계와 관련 학계 전문가들이 내놓았던 진단과 해법을 잘 포장했을 뿐 ‘비전’은 없다는 이야기다.
산업화 시대의 성공 방정식, 곧 이미 실증된 ‘성공의 법칙’을 충실히 배우고 익혀, 쉼 없이 도전하고 따라잡는 것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지만 이제 더는 그런 방식이 통하지 않는 ‘초 과학기술’의 신문명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진단은 이미 많은 전문가가 내렸던 것인데 이 전 대표가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인공지능 무한경쟁’ 시대가 열려 답을 찾는 능력보다 질문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는 진단 또한 마찬가지다.
이미 나온 것이라 하더라도 이 대표가 그걸 받아들여 자신의 ‘어젠다’로 삼는 것 자체는 의미를 갖지만, 문제는 그게 수사(修辭)에 그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학계에서는 ‘답을 찾는 능력보다 질문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는 진단을 받아들였다면 교육 개혁을 함께 제시해야 비전으로서의 의미가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학자이지만 교육 연구에도 큰 관심을 갖고 성과를 내 온 김정호 박사(서강대 겸임교수)는 1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도 이미 일부 지역 교육청이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B:International Baccalaureat)라는 혁신적인 교육을 도입하고 있는데 전교조가 이에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추구해 온 가치로 볼 때 전교조와 맥을 같이 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이 전 대표의 비전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박사에 따르면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야말로 질문하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으로, 지금까지의 주입식 교육과는 전혀 다른 교육이다.
김 박사는 또 이 대표가 ‘인공지능 무한경쟁’ 시대 도래를 말한 것은 민주당이 주 52시간 근로 예외를 인정하지 않아 ‘반도체특별법’ 입법이 무산된 사실과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모방한 기술’로 이룩한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시스템을 ‘주도적인 기술’로 전환해 나가자"고 했는데 주 52시간 근로 예외조차 허용하지 않으면서 그게 가능하겠느냐 이야기다.
김 박사는 "대만의 TSMC는 연구 개발팀이 3교대로 일하며 24시간 연구실에 불이 꺼지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김 박사는 "이 전 대표 말 따로, 민주당 정책 노선 따로라면 국민이 이 전 대표의 진정성을 믿을 수 있겠느냐"고 몰었다.
이 전 대표가 "기업들이 공익적, 합리적으로 기업 활동에 의해 생긴 이익을 독식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나눠야 한다"고 역설한 사실을 경계하는 소리도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경제학)는 1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의 억강부약(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도와줌) 주장의 연장선에서 나온 게 아니냐"며 "기업 활동에 의한 이익을 주주 말고 또 누구와 나누라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조 명예교수는 이어 이 전 대표가 "경제 패러다임이 많이 변했다"며 "정부 역할이 중요한 시대가 다시 도래했다"고 강조한 데 대해서도 "이 전 대표가 집권할 경우 큰 정부를 지향한 문재인 정부 시즌 2가 도래하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했다.
이 전 대표가 비전 발표 후 "내란 종식이 어떤 걸 의미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헌재 재판관 지명을 언급하며 "내란 대행"이라고 한 데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되었다.
서정욱 변호사는 이날 유튜브 방송에서 "문재인 정권이 ‘적폐 청산’을 명분으로 보수를 궤멸시켰는데 이재명 정권이 들어선다면 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는 ‘이 전 대표가 한 대행을 내란 대행으로 몰아붙이는 건 헌재를 장악하기 위한 것으로, 이재명 정권이 나온다면 3권분립이 아니라 입법·행정·사법을 모두 장악하는 ‘3위 일체’가 나올지 모른다’는 취지로 이 전 대표의 비전 발표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