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소신파 모습을 잃지 말아야
조기대선 보수 지지층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김문수 전 장관이 출마 선언을 한 이후에 김 전 장관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를 표출하며 지지 철회를 표명하는 보수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디시인사이드를 비롯한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는 물론이고, 강성 보수 유튜버들도 김 전 장관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영상을 송출하고 있다. 124만의 강성 보수 구독자를 보유한 고성국 TV는 12일 ‘정신차려 김문수’라는 제목의 실시간 라이브를 송출하며 김 전 장관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 영상은 송출된 지 10시간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20만 회를 훌쩍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1000여 개가 넘는 댓글들은 대부분 김 전 장관을 비판하는 내용들이 주를 이뤘다.
도대체 왜 김문수 전 장관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강성보수층이 이제는 그를 비판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김 전 장관이 출마 선언을 한 후 탄핵을 승복하고 계엄을 비판하는 등 윤석열 전 대통령과 거리는 두는 듯한 행동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중도층 공략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의도에서 김 전 장관도 윤 전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한 것이리라. 그러나 이는 득보다 실이 많은 전략이다.
먼저 과연 중도층을 끌어올 수 있냐는 것이다. 김 전 장관은 이미 중도층에게 강성 보수인사로 각인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적당히 윤 전 대통령과 선을 긋는다고 한들 찍어줄 리 만무하다. 이미 보수 후보 중에는 중도층이 좋아하는 유승민 전 의원이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윤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발언을 하는 통에 김 전 장관의 최대 장점이 무위로 돌아갔다는 점이다. 김 전 장관은 그동안 민주당 공격에도 굴하지 않고 소신있게 탄핵 반대를 외쳐오며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의 이번 행보로 그만의 차별화된 장점이 사라지게 됐다.
조기대선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중도층을 공략하는 김 전 장관의 전략이 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선거 기간이 짧아도 너무 짧다. 중도층에게 김 전 장관의 중도적인 매력을 어필할 시간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집토끼마저 등을 돌리는 행보를 걷는 것은 너무 위험한 모험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김 전 장관은 단단한 집토끼를 기반으로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그래야 중도층 국민들도 ‘소신파 김문수’에 대해 관심을 가질 것이고 그것이 지지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