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한덕수…원하든 원하지 않든 증폭되는 '대선 등판론'

2025-04-10     정수현 기자
국민의힘 호남지역 일부 당협위원장들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국민의힘 내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등판론이 솔솔 나오고 있다. 한 권한대행 자신이 출마 가능성을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선 외부 ‘구원투수’로 한 권한대행이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이 사그라지지 않는 모양새다.

대선 후보가 15명 안팎에 달하는 국민의힘에서 굳이 한 권한대행 등판론이 나오는 이유는 지금의 대권 후보들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와의 양자 대결에서 승산이 낮다는 분석 때문이다.

황우여 당 선거관리위원장은 10일 "아마 일부 의원들이 그런 말을 하는 것 아닌가 추측한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한 권한대행을 모셔 오자고 하는 의원들이 많다"며 "직접 찾아가서 출마를 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한 대행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화 통화를 거론하며 "양국 정상 간 직접 소통을 통해 통상 외교의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한 대행의 대응이 매우 효과적이고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전날 열린 당 지도부와 상임고문단의 오찬 간담회에서 한 권한대행 출마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느냐는 질문에 "그런 의견이 좀 더 많았던 것 같다"고 시인했다.

한 권한대행 등판론은 당내 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윤계 윤상현 의원은 전날 정부서울청사를 찾아가 한 권한대행에게 대선 출마를 권유했다고 전해진다. 대통령실 핵심 참모도 한 권한대행의 출마 필요성을 주변에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윤계 의원은 "민주당이 한 권한대행을 탄핵시키면 대선에 나올 환경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텐데…"라는 여운을 남겼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한 권한대행의 최근 행보가 관심을 끈다. 정통 관료 출신으로 중립적 대선 관리자에 머무를 것이란 예상과 달리 ‘독해진 한덕수’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진보와 보수 정부를 넘나들며 주미 대사와 경제부총리, 두 번의 국무총리까지 지낸 그는 지난 8일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2명을 전격 지명했다.

이후 한 권한대행은 "세상에 어느 한 세력이 다 한 게 있느냐"는 말로 자신의 심경을 드러냈다고 한다. 공직 생활 55년 동안 한국의 민주화와 산업화, 선진화까지 몸으로 겪은 그의 입장에서, 이러한 성취가 특정 진영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취지였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공직 생활 끝을 두 달여 앞두고, 극단의 정치를 바라보는 한 대행의 심정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한 권한대행은 대선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남은 두 달간 권한대행의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석인 국방부와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명할 가능성도 조심스레 거론된다. 그는 지난 8일 국무회의에서 "자칫 과도기적 리더십 상황에서 정책적 판단과 행동이 지체되며, 국익에 소홀해선 안 된다"며 장관들에게 전권 행사를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한 권한대행이 지난 8일 통화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전했다.

과거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마다 대통령 권한대행(2004년 고건, 2017년 황교안 전 총리)는 당시 여권의 주요 대선 후보로 부각된 바 있다. 불안한 정국에서 안정감을 보여주는 데다 미국과의 통상 전쟁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