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고교생들, 美·유엔군 관련 시설 7곳서 사진 수천장 찍어

2025-04-10     전경웅 기자
평택미군기지에 주둔 중인 미 육군 헬기부대(전투항공여단). 평택미군기지에는 이런 겉으로 보이는 장비보다 더욱 중요한 핵심자산들이 주둔하고 있다. /연합

경기 수원공군기지 인근에서 전투기를 촬영하던 10대 중국인 2명의 행적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에도 한국에 입국해 전국을 돌며 군사시설 등을 촬영했다. 이들이 찾은 곳은 한반도 유사시 미군 증원과 관련이 깊은 곳들이었다.

10대 후반인 중국인 A씨와 B씨는 지난 3월 21일 오후 3시 30분경 수원공군기지 인근에서 공군 제10전투비행단 소속 전투기들을 DSLR 카메라와 휴대전화 등으로 촬영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이들은 경찰,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첩당국 조사 결과 A씨는 지난해 하반기, 올해 초, 올해 3월 18일 등 총 3번, B씨는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3월 18일 등 총 2번 관광비자로 국내 입국한 기록을 확인했다. 이들은 국내 입국할 때마다 4~5일 동안 체류했다고 한다. 이번에는 A씨가 3월 23일 인천공항을 통해, B씨가 22일 김해공항을 통해 중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고 한다.

부친이 중국 공안이라고 진술한 A씨는 수원 외에 오산, 평택, 김포, 인천, 청주, 제주를 찾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와 B씨가 촬영한 주요시설 사진은 수천 장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휴대전화에만 400장 이상의 사진이 있었다. 주로 군용기와 공항 관제시설 사진이었다고 한다. 당국은 이들이 가진 기기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 중이다.

기성언론은 이들이 사진 촬영을 한 수원, 오산, 평택, 청주는 군사시설 밀집 지역으로, 김포와 인천, 제주는 국제공항이라고만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지역에는 한반도 유사시 미군 및 유엔군 증원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시설들이 있다.

K-13으로도 불리는 수원공군기지는 성남공항에 이어 중요한 수도권 공군기지다. 한미 공군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이곳은 유사시 한미 공군의 한반도 제공권 확보와 미 본토 증원 병력이 내리는 주요 기지다.

K-55 오산공군기지 또한 한미 공군이 공동 운영한다. 이곳에는 미 공군 제51전투비행단뿐만 아니라 U-2를 비롯한 각종 정찰자산과 특수작전부대, 미 우주군 파견대가 주둔하고 있다. 또한 한반도 상공 전체를 관제할 수 있는 시설과 주한미군과 전 세계 미군통합사령부를 잇는 통신망도 있다. 때문에 냉전 시절부터 소련 핵공격 대상으로 꼽혀 왔다.

K-6 평택기지는 주한미군 핵심시설이다. 한미연합사와 유엔군사령부, 주한미군 사령부가 이곳에 있다. 표면적으로는 제58항공연대 4대대와 제2보병사단 예하 제2전투항공여단이 눈에 띤다. 하지만 주한특수작전사령부(SOC-K), 미 육군 501정보여단 사령부 및 예하 4개 대대, 미 국가안보국(NSA) 한국 지부(SUSLAK) 등 한미연합전력의 핵심 자산들이 이곳에 있다. 우리 군 부대 가운데는 777사령부 예하 1998부대, 공군 사이버작전센터가 이곳에 주둔하고 있다.

김포국제공항과 인천국제공항은 한반도 유사시 한국과 미국, 유엔사령부 회원국을 잇는 통로다. 특히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은 북한이 유사시 우리나라를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기 위해 가장 먼저 공격할 목표로 꼽힌다. 두 곳은 개전 초기보다 전쟁 후반기에 더 중요하다.

제주국제공항은 유사시 최후의 보류다. 제주도 남쪽 민군복합항이 유사시 미군과 유엔군 전력을 하역하는 곳이라면, 제주도 북쪽 제주국제공항은 병력이 수송기를 타고 내리는 곳으로 보면 이해가 쉽다. 게다가 제주도는 일찌감치 중국 인민해방군의 태평양 진출을 막을 핵심 거점으로 거론돼 왔다. 중국인 고교생들은 이런 시설만 찾아다니며 사진촬영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