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레이크 801호’ 재연…위치추적기 끄고 北에 몰래 다녀온 화물선

2025-04-09     전경웅 기자
북한 원산항에 갔다가 급유를 위해 다시 부산항에 입항한 화물선 S호에 해경 관계자들이 승선해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해경은 S호 선장 인도네시아인 A씨를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연합

민간 선박은 반드시 켜야 하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북한에 몰래 다녀온 대만 업체 소유 화물선이 우리 해경에 적발됐다. 해당 선박의 50대 인도네시아인 선장은 구속 송치됐다.

부산해양경찰서는 우리 정부 허가 없이 화물선을 몰고 북한에 가서 육류를 판매하려 한 혐의(남북교류협력법 위반)로 화물선 S호(1517톤급) 선장 A 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S호는 대만 업체 소유로 알려졌다. 해당 업체도 입건됐다.

해경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2월 9일 부산항을 출항해 동해를 거쳐 북한 원산항에 도착한 뒤 3월 5일까지 머물렀다. S호는 지난 3월 8일 급유를 위해 부산항으로 다시 입항했다가 해경에 붙잡혔다. 배에는 A 씨를 비롯해 인도네시아인 선원 8명이 타고 있었다.

A 씨는 우리 해역에 있을 때는 AIS를 켜고 운항하다 북한 해역에 진입하면 끄는 방식으로 북한을 오갔다는 게 해경의 설명이다. 다만 S호는 과거 북한에 입항한 전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S호에는 소·돼지 내장, 닭발 등 냉동 육류 450t이 실려 있었다. 해경이 적발했을 때 냉동 육류는 그대로 있었다. 해경에 따르면 A 씨는 "구체적인 내용은 모른다. 회사에서 원산항으로 가라는 지시를 받았다가 성사되지 않아 돌아온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남북교류협력법은 선박 등을 운행해 남북한을 오갈 경우 통일부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외국 선박이나 항공기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S호는 부산항을 출발할 때 목적지를 바다로 속여 신고했고, 부산항으로 돌아올 때도 이전 출항지를 바다라고 속였다. 해경은 S호가 북한 원산항에 정박해 있는 장면을 위성사진으로 확인해 혐의를 특정했다고 한다.

해경은 "외국 선박이더라도 승인 없이 북한을 드나들고, 관계 기관에 입·출항지를 속여 신고하는 것은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안보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 등 대응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2018년 말부터 2019년까지 논란이 됐던 ‘골든레이크 801호’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2018년 말부터 AIS 신호 때문에 논란이 된 ‘골든레이크 801호’를 보면 인천항과 북한 남포항을 여러 차례 오간 것으로 추정됐다. 인천항에서 출항하면 얼마 뒤 AIS 신호가 사라졌다가 북한 남포항에서 다시 포착되는 일이 빈번했다. 하지만 당시 해경과 해양수산부는 "우리나라에는 그런 배가 없고, 입항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2020년에는 ‘골든레이크 801호’의 AIS 신호가 북한 내륙에서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