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획] 60여 일 남은 대선, 우파 진영이 눈여겨봐야 할 부분
"지지후보 없음" 40% 안팎...李 싫어하는 무당층 '주목'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인용했다. 윤 대통령은 즉각 파면됐고, 정치권과 기성언론은 조기대선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차기 대통령이 될 것으로 자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소위 ‘잠룡’들 사이에서 눈치 게임이 시작됐다.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 우파 진영은 "헌재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헌재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당장 해야 할 일은 60여 일 남은 대선에서 승리하는 방법뿐이다. 이를 위해 주의 깊게 봐야 할 대목이 있다. 올해 1월부터 수시로 발표됐던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으로 적합한 인물"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0% 안팎이 "없다"고 답했다는 점이다.
◇ 지난해 12월부터 3월 말까지 40% 안팎 유지 중인 ‘무당층’
윤 대통령 탄핵 결정이 나온 이튿날 대전일보는 최근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 내용을 소개했다. 이미 기성언론이 보도한 내용이었지만 대부분이 주목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면접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때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은지" 물었다. 기성언론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34%를 차지했다는 점을 주로 부각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9%,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5%, 홍준표 대구시장 4%, 오세훈 서울시장 2%로 나타났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3월 31일-4월 2일 전국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면접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이재명 대표라는 으답자가 33%, 김문수 장관 9%, 홍준표·오세훈·한동훈 각각 4%로 나왔다.
그런데 조사 때 "없다"거나 무응답한 사람이 한국갤럽 조사 결과 38%였고, NBS에서도 36%로 나왔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응답보다 더 높았다. 이런 양상은 국회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 이후부터 계속 이어졌다.
지난 3월 29일과 31일 중앙일보와 조선일보는 "차기 대선의 지지 후보를 물어본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최근 3개월간 부동층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신문들은 NBS 결과 1월 넷째 주 "없다"는 응답이 27%, 2월 넷째 주 30%, 3월 넷째 주 35%였고, 한국갤럽 조사결과도 같은 시기 33%, 34%, 37%였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표를 꼽은 응답률은 같은 기간 30%대에 갇혀 있었다.
지난해 12월에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1월 1일 기성언론들은 의뢰했던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차기 대통령 적합도에서 이재명 대표가 독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실제 결과를 보면 "없다"거나 "모른다"는 부동층이 가장 많았다.
◇ 이재명 지지층보다 많은 ‘무당층’…언론 분석과 달리 ‘중도 성향’ 아냐
중앙일보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9~30일 성인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재명 대표는 35%였다.
경향신문이 메타보이스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8~29일 성인 1020명에게 실시한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도 이재명 대표가 33%였다.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8~29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도 이재명 대표가 39.5%였다.
그중 동아일보-리서치앤리서치 여론조사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실제 가장 많은 응답은 "없음 또는 모름"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53.2%가 "없음 또는 모름"이었다. 정치적 성향으로 보면 우파 진영은 35.0%, 중도는 53.2%, 좌파 진영은 66.2%가 "없음 또는 모름"이라고 답했다. 이재명 대표를 꼽은 응답 41%보다 10% 이상 더 많았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계엄령을 비판하고 윤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는 사람들조차도 이재명이 그 대안이 되면 안 된다는 뜻이 반영된 것"이라는 풀이를 내놨다.
기성언론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법원 판결로 해소될 수 있다고 평가한 반면 대다수 국민들은 그의 ‘도덕성 리스크’는 해소될 수가 없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이재명 대표의 측근 7명이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급사한 것을 본 국민들은 영화 ‘아수라’를 ‘다큐멘터리’라 부르며, 이 대표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이 대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2월 "민주당은 중도보수"라고 주장하거나 본인을 중도인양 선전했다. 윤 대통령과 국힘을 ‘극우세력’이라는 프레임에 가두기 위한 전략이라는 풀이가 많았다.
하지만 오히려 기존 민주당 지지층에서 많은 비판이 나왔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 응답이 떨어지기도 했다. 결국 이 대표와 민주당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본래 성향을 드러냈다 하지만 친명계가 아닌 민주당 지지층에게는 적잖은 실망을 안겨줬다.
이런 부분은 6월 초에 열릴 대선을 준비하는 우파 진영과 국민의힘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 尹 대통령 계엄령 비판하면서도 이재명 싫어하는 ‘무당층’, 대선 승리의 열쇠
현재 국힘과 우파 진영은 대선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국힘은 당내에서 경선 등을 통해 대권주자를 선출하려는 움직임이 강하다.
소위 ‘잠룡’ 가운데 이미 대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모 지자체장 주변에는 윤석열 정부에서 승승장구했던 특정 대학 출신들이 이미 몰려들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윤 대통령 탄핵 인용에 이 대학 출신들이 ‘중대한 역할’을 했다는 지적은 몇 달 전부터 정치권에서 흘러 나왔다. 이런 세력이 활개 치는 순간 6월 대선은 필패라는 지적이 터져 나오고 있다.
우파 진영은 김문수 장관과 김용현 전 국방장관, 윤 대통령에게 기대를 거는 사람들로 나뉜 상태다. 김 장관을 대권주자로 밀어야 한다는 사람들은 지난 4개월 동안의 여론조사에서 이재명의 대항마로 김 장관이 지목돼 왔다는 점, 과거 대정부 질의 때마다 민주당의 공세를 강하게 받아쳤다는 점에 주목한다.
김용현 전 국방장관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이유를 가장 잘 이해하고, 이를 물려받을 적임자라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윤 대통령이 다시 출마해야 한다는 사람들은 미국처럼 다시 출마할 수 있을 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현재 구속 상태이고, 윤 대통령은 재출마를 할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
현실적으로 국힘과 우파 진영이 주목해야 할 점이 무당층이다. 무당층 가운데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 사람들, 이재명을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는 점은 ‘실낱같은 희망’이다. ‘실낱같은 희망’을 밧줄로 키워내려면 국힘과 우파 진영의 ‘대통합’이 선결 과제다.